정신과치료를 받고 나오면
한 달분의 약을 준다.
요새 내가 증상이 좋아졌는지 1달에 1번 진료를 받고 있다.
한 달분의 약이니 양이 꽤 많다.
그래도 나는 약봉투는 받지 않고, 약만 가방에 쑤셔 넣는다
집에 와서도 약을 숨겨두다시피 하고 먹는데
애들이 물어보면 당뇨약이라고 한다.
(진짜 당뇨약은 요새 안 먹은 지 좀 되었다.. 당뇨약도 먹어야 하는데......)
아이들에게 엄마가 정신과치료를 받으러 다니고
정신과 약을 먹는다는 말을 하기 싫다.
일주일에 한 번씩 집에 와서 청소해 주는 엄마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다
설명하지 않아도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아는 이유 때문이다.
살짝 숨기듯이 약을 먹는 행위를 언제까지 해야 할까......
의사 선생님은 잠이 중요하단다.
저녁약을 안 먹어도 잠을 잘 자는 것이 약을 줄이는 시작이라고 한다.
몸이 고장 나면 잠부터 잘 못 자는데,
거꾸로 잠을 잘 자기 시작하면 낫고 있다는 뜻이란다.
술을 먹거나 약을 먹어야 잠이 온다면
약을 줄일 수 없단다.
먼저 주에 3-4번 마시는 술을 줄이고, 약을 먹어야 하고
약을 먹고 잘 자다가
약 때문에 낮에 졸리고 하는 증세가 나타나면
자는 약을 줄이거나 없애고
그다음으로 아침약을 줄여나가는 순서라고 한다.
결국은 술을 끊으라는 이야기인데....
사는 낙이 술인데...
당뇨 때문 에라도 술을 끊는 것이 맞지만....
나는 인터넷에 나오는 멋진 사람들이 아니기에
술을 안 먹을 용기가 나지 않는다.
엄마는 다 할 수 있어, 모성애는 다 이겨라고 하지만.....
모성애도 술은 못 이기는 듯
어젯밤에 내가 또 잠꼬대로 쌍욕을 어마어마하게 했나 보다
곁에 자던 둘째가 울면서 아빠한테 갔단다...
어젠 술도 안 먹고
약도 안 먹고 일찍 잤는데.....
자는 약도 꼬박꼬박 잘 먹어야겠다.
정신과 약
아침약처럼 저녁약도 잘 먹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