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시작한 것
감사일기를 시작한 것에 감사하다.
오늘 나는 감사일기를 시작했다.
하루에 3개씩 소소한 것이라도, 감사함을 느끼고, 감사일기를 적으면, 행복해진다고 한다.
오늘 감사 일기를 시작했고, 어쨌든 아무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하루에 1개만, 1줄이라도 써보기로 시작했다.
그런 나 자신에게 감사하고, 칭찬하고 싶다.
사실 나는 오랫동안 우울증을 안고 살아왔다.
바쁘게 일을 하는 동안,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는 동안,
지독한 생활고를 겪으며, 정신없이 일을 하는 동안,
우울증은 사라진 듯했었다.
나는
"역시 내가 배불러서, 우울증 같은 부자병을 가진 게지, 먹고살기 바쁘면, 우울증 걸릴 틈도 없는 거야.
나처럼 빤스 한 장, 양말 한쪽 살 돈도 없는 사람들은 우울증 같은 부자병이 안 걸리지"
라고 자만했었다.
그런데... 웃기게도
간신히 생활고에서 벗어나.
서울에 집 한 칸 마련한 순간, 우울증은 활짝 꽃이 폈다.
친정으로부터 육아 독립을 해서였을 까
고향에서 벗어난 향수병일까
이 귀한 애들을
감히 나 같은 자질미달인 사람이 엄마랍시고,
공부시키고, 인성을 논하고, 사람 관계를 가르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었을까
서울에 오면 도와준다던 남편이, 대출의 부담을 덜기 위해, 사업을 더 키우고, 여전히 육아나 집안에 도움을 못 줘서 일까
아니... 그냥 나 자신이 "천성적으로 팔다리가 없이 태어난 사람처럼, 천성적으로 우울증을 안고 태어난 사람일까"
별별 생각을 했지만
사실 더 급한 것은 원인이 무엇이든, 우울증을 일단 끝내는 것이 더 중요했다.
일단, 아이들에게 좋은 것만 주어도 모자랄 판에, 이따위 엄마는 안되니까.
병원도 다니고, 심리상담도 했다.
결혼 후, 나를 위해 시간당 7만 원이란 돈을 20번 가까이 쓴다는 것은 엄청난 큰 결심이었다.
돈이 있건 없건, 나를 위해 쓰는 돈이란 것은 가계부에 적혀있지 않았었다.
하지만, 병원을 다니는 시간과 금액이 부담되었는지, 6개월 동안 그다지 크게 뭐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아서
당분간 상담을 중지하고, 소소한 도전을 통해 일단 그냥 살기로 해버렸다.
의사 선생님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하시겠지만... 3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약 더 드려요?"만 묻는 분을 믿을 수 없었고, 상담은... 정말 돈과 시간이... 주 1회 2시간을 빼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런 것도 우울증 환자의 핑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잠깐은 병원 치료는 중지를 해야 한다. 애들 방학이라 더 시간이 없으니...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하라"
지금 내게 필요한 말인 것 같았고,
감사일기는 쉬워 보이면서, 좋아 보이면서, 뭐 돈 드는 것도 아니고... 그 겸에 브런치도 다시 시작하고
좋을 것 같다.
우울증에 좋다고 하니..
건강에 좋다고 하니. 그냥 먹으라는 종합 비타민제처럼
고민하거나 알아보거나 자꾸 따지지 말고
그냥
그냥
감사일기를 써보기로 한다.
오늘 나는 감사일기를 쓰고,
과감하게
내 브런치에 이 글을 공개한다.
이렇게 과감하게 행동하는 나 자신을 칭찬하고,
이렇게 과감하게 행동한 나 자신에게 오늘 나는 감사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