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일기 4

오늘도 살았음에 감사하다. 출근 할 수 있는 것이 감사하다.

by 지망생 성실장

사실, 나는 매일 밤 자기 전에 주문처럼 "오늘도 어쨌든 감사합니다."라고 속으로 말한다.

육아 우울증이 극에 달했을 때, 친구가 소리 내어 기도를 해야 애들이 듣고 잘 큰다고 말해줘서, 애들이랑 같이 자면서, 우리 딸들 미안해 고마워 감사합니다 큰 소리로 말하고 잠들곤 했었다. ( 물론 바로 10초 뒤에, 빨리 자! 엄마 미치는 거 보고 싶어? 내일 엄마 출근해야 해! 빨리 자!라고 소리치곤 했지만...... )

지금은 애들이랑 같이 안 자서 소리 내서 말하지 않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그냥 습관처럼 눈 감고 '어쨌든 오늘도 감사합니다. 어쨌든 오늘도 살았습니다.'라고 어떤 신께 기도를 한다.


나는 항상 자살을 품에 안고 사는데, 큰애 때는 진짜 뛰어내리고 싶었었다.

애들이 어릴 때는 정말 "나 죽으면, 엄마 없는 애라고 동정을 받고, 나보다 잘난 남편이나, 내 엄마가 애들을 더 잘 길러주지 않을까. 아니다. 그게 아니다. 내가 자살하면, 에미가 자살한 년이라고 재수 없다고 다들 손가락질할 것이다. 아...... 그래서 부모가 애들을 죽이고, 동반자살을 하나보다" 하고 그들을 심지어 이해까지 하던 시기가 있었다.


물론 시도는 안 했고, 안 할 것이다. 나도 애들이 할 거는 해봐야 한다는 것을 알고. 그러니 살아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애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할 망정 짐이 되는 것은 안된다는 것을 안다. 진짜 안다.

나는 부모니까. 응당 부모로서 아이에게 모든 것을 다 내어주고,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나의 의무이고, 책임감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도 살아서 감사한 것은

내가 살아서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오늘도 살아주어서, 오늘도 웃어주어서 감사하다.

오늘도 나는 아이들의 삶에 아무것도 도움이 안 되는 주제에,

너네 좋은 거 해주려고 이렇게라도 한다고 뻔뻔스럽게 공치사나 하는 엄마라 미안하고,

그래도 나름으로는 용을 쓰니 나 자신을 칭찬하고,

오늘도 어떻게든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감사하다.


***


어제, 오늘은 오래간만에 자정까지 사무실에서 일을 한다.


사실 서울로 이사 오고 나서는 일주일에 반 이상은 그렇게 애들만 두고 밤 11시, 12시까지 일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애들이 등교할 때, 애들은 "오늘 엄마가 집에 있는지 회사에 가는지, 회사에서 언제 오는지 알 수 없는 날"들이 대부분이었다.


지난 1년 6개월은 그런 날들이었다.

낯선 곳으로 이사를 온 후,

큰애는 학원과 시터와 외할머니를 거부했고, 집에 혼자 있겠다고 고집을 부렸으며, 둘째는 아무 학원이나 다 좋다고 했지만, 혼자 왔다 갔다를 못하는 어린애여서 걸어서 3분 거리를 누군가가 꼭 데리고 다녀주어야 했다. 그 보호자는 대부분 큰애였고... 큰애는 엄청 싫어했다.

어차피 시터와 가사도우미는 경제적으로 부를 엄두를 못 냈고, 학원비 역시 예산이 너무 적어서 솔직히 학원 안 가겠다고 하는 큰애에게 속으로 고마울 정도였다.

그리고 코로나!

코로나로 사업은 언제나 비상이었고, 학교는 툭하면 온라인이었으며, 학원도 온전히 한 달을 다 다닌 날이 몇 달 되지 않았다. 나는 온라인을 수업을 하는 애들 옆에 있겠다고 말해놓고는, 사업장에 일이 터지면 바로 뛰쳐나가야 했고, 애들은 그렇게 엄마가 집에 있는지, 출근을 하는지, 매일 알 수 없음에 불안해했다. 나 역시 내가 지금 집에 있어야 하는지, 사무실에 있어야 하는지, 일을 해야 하는지, 설거지를 해야 하는지, 애들 공부를 지도해야 하는지, 심지어 그 셋 중에 하나를 하고 있어도, "지금 이걸 하고 있는 게 맞는지" 혼란스러웠다.


집을 나설 때는 애들끼리 티브이를 보고 있으라고 하기는 싫지만, 공부하라고 해봤자 공부를 할 리도 없고, 혼자 공부를 할 줄도 모르니 만화책이라도 읽으면 다행이고, 유튜브만 보지 말고 검증된 넷플릭스 키즈를 봐달라고 했다.

그렇게 출근을 하면, 3시에 큰애의 귀가 전화를 시작으로, 뭐 먹어도 되는지 허락 전화, 둘째의 학원 이동할 때마다 전화, 둘째 귀가 전화, 저녁 먹는 보고 전화, 둘이 싸우고 서로 번갈아가면서 하소연하는 전화로 자정까지 시달리다가 집에 가면, 둘이 얼굴이 시뻘게져서는 눈은 티브이를 보고 있지만, 발로는 서로 때리면서 싸우고 있었다.


그렇게 1년, 큰애는 엄마에 대한 불안함과 애정결핍과 동생을 보기 싫은데 봐야 한다는 스트레스에 병이 났고, 둘째는 초1인데 교과서 진도도 잘 못 따라가고 있었으며, 나는 더러운 살림과 방치된 애들과 일을 제대로 못한다는 스트레스 속에서 악을 쓰고, 욕을 하고, 애들을 때리고, 물건을 던지는, 남편 말로 지랄병이 났다.


최종적으로 둘째와 큰애의 교우 문제까지 터지고 나서야. 친정으로부터 육아 독립 1년 6개월 만에서야.

그제야.

나는 결국 재택근무를 선언했고, 출근을 그만두었다. 그 말은 일을 줄이겠다는 선언이었다. 남편에게 통보를 해버렸다. 둘째를 60일부터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을 했던 난데, 더는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재택근무를 3개월에 접어들어간다.

나는 살림과 일과 육아의 경계에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일은 진짜 최소한만 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나마 내 업무가 "보조"이고, 지난 몇 년간 뿌린 씨앗들이 있어 일단 매출에는 큰 영향은 없다. 하지만, 내 사업이니까 내 양심과 매달 매출의 불안과 초조함과 대출 이자의 스트레스 속에서, "일"을 못 하고 있다는 자책감에 내 속은 병이 든 것이다.

남편은 일을 하라고 했다가. 애들 보느라 수고했다고 했다가. 일을 하라고 했다가, 밤 12시 넘어서 퇴근해서는 배고프다고 외롭다고, 밥을 차려 달라고, 옆에 앉아서 같이 먹고,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남편 사장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같은 사장이랍시고 조언을 했다가, 마지막엔 '지금 내가 성에 안차게 일하고 있어서 미안하다'로 새벽 3시까지 이야기를 하는 날들이다. 그러고 나면 다음날 또 피곤하고, 또 더 일을 못하고, 또 우울해지고, 일을 못한 스트레스에 허덕이고 있다.


그래도 애들이 좋다고 했다. 욕을 해도, 때려도, 엄마가 집에 있는 게 좋다고 했다. 우울증 약에 취해 잠만 자는 엄마라도, 학교 갔다가 집에 올 때 엄마가 집에 있는 게 좋다고 했다.


일은 남편 사장이 더 하겠지 될 데로 돼라 심정으로, 지난 한 달 정도 나는 본격적으로 일을 더 내려놓고, 의미 없는 폰질을 하더라도, 애들 옆에 있고, 같이 놀이터 가주고, 동네 좋은 학원도 찾아주었다. 뻔뻔하게 일을 확 줄여버리니, 애들한테 소리를 안 지르고 있었다.


그 결과, 3개월 만에 애들이 확 밝아졌고, 둘 다 규칙적으로 공부를 하며, 운동도 하고, 키도 컸고, 교우 관계도 좋아졌다. 그리고 결국 새 직원을 뽑기로 했다.


그런데, 어제는 애들이 엄마 보고 집에 오지 말고 나가라는 것이다. 엄마가 없으면 더 공부 잘할 수 있다고. 빨리 공부하고, 티브이 보고 싶으니까. 밥만 놓고 나가란다. 아니, 라면 끓여 먹고 싶으니까 밥도 상관없단다.


마침 할 일이 있어서 에라 모르겠다 싶은 마음으로,

진짜 자정까지 오래간만에 일을 했는데 정말 전화 1 통도 안 왔다. 내가 중간에 전화했더니 공부도 조금 했고, 알아서 밥도 차려 먹고, 티브이 보고 있어서, 자정인데 무섭지도 않다고 했다. 심지어 한 번 도 둘이 안 싸웠다!!! 덕분에 몇 달 동안 짐짝같이 미뤄두었던 일을 끝내고 기분 좋게 집에 올 수 있었다. 집에 오니 애들이 사이좋게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오늘도 애들은 맥도널드만 시켜주고, 핸드폰 게임을 허락해주면, 집에 아무리 늦게 와도 상관없다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맥도널드 3만 원어치를 시켜주고, 출근을 하니. 애들이 천사라고 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전화가 없는 것을 보니, 사이가 좋은지 어쩐지는 몰라도, 적어도 싸우지 않고, 알아서들 잘 있는 모양이다.


이런 날이 올 줄이야.


오늘 너무 좋다.

내가 사장인데 내가 월급 루팡을 하면서 놀고 있다.

애들을 안 보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으니 이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진짜 사장 같고, 진짜 일하는 것 같고 행복하다. 키보드 두드리는 것이 이렇게 좋을 줄이야.

사무실 나와서 일을 안 하고, 브런치는 쓰는 것에 죄책감도 안 든다. 지금 내가 행복하니까.

행복하면-> 우울증 치료 -> 내 정신 건강하면 -> 애들도 행복하니까

당당하게! 지금 브런치 쓰는 것을 즐겨도 된다!


고작 3개월의 재택인데... 애들이 이렇게 빨리 클 줄이야.

고작 3개월인데. 일보다 애들을 더 중요시해주고, 더 많이 봐주었더니, 애들이 알아주고 그만큼 커주었다.

참 신기하고, 감사한 어제와 오늘이다.


물론, 이렇게 늦게까지의 사무실 근로는 앞으로도 거의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최대한 당연히 재택을 할 예정이다.

돈은... 사업은... 남편 사장과 새로 올 모셔올 직원분이 잘해주시겠지. 에라 모르겠다.


엄마가 출근할 수 있게 잘 커줘서 감사하다 우리 딸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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