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일요일, 많이 노력하고 달라진 남편에게 감사하다
일요일은 늦잠을 잔다. 12시까지....
원래 나는 주말 늦잠이라고 해봤자 9시에 일어나는 정도였던, 평범한 오전형 사람이었다. 그런데 남편이 올빼미였다. 연애할 때는, 나도 입시 강사여서, 퇴근이 10시 11시로 늦은 시간이었기에, 남편이 내 퇴근 시간에 맞춰서 날 만나주는 줄 알고 감동했었다. 그러나... 결혼 후, 남편은 지독한 야행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편은 새벽 3시에 잠들어서, 정오가 지난 후에 일어나서, 피곤해한 후, 오후 2-3시부터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면서, 해가지는 6시부터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었다.
나는 사실 지금도 이런 라이프스타일이 매우 힘들지만... 남편 사장님을 보위해야 하기도 하고, 같이 회의도 해야 하고, 같이 미드를 보며 애정 전선도 유지해야 하고, 어차피 운영하는 사업장도 11시까지 오픈을 하다 보니.. 그냥 나도 올빼미로 살고 있다.
물론, 늦게 잔다고 해서 나도 늦게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애들은 평범한 시간에 일어나서 활동을 해야 하니 어떻게든 7시에는 일어나서 밥을 차려주고, 등교를 시켜주고 해야 한다. 그래서 아침에 매우 힘든데. 늦잠을 자도 되는 토요일과 일요일은 그래서 매우 행복하다.
심지어,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큰애 아침밥을 차려줘야 하니 토요일 일요일도 일찍 일어났는데. 이젠 큰애가 아침에 날 깨우지 않는다.
큰애는 우리 집의 유일한 아침형 인간인데. ( 심지어 평일에 6시에 일어나서 아침 공부를 한다!!! 이쁜 내 새끼 ) 원래는 아침밥 달라고 깨우다가. 본인이 꺼내서 차려 먹다가. 지금은... 주말에 조용히 "게임"을 한다. 게임에 눈을 뜨니, 뽀로로보다 더 편하다!!?? 참고로 둘째는 아빠를 닮아 늦게 자고.. 정오까지 안 일어난다.
오늘도 11시쯤 겨우 일어나니, 큰애는 무음으로 해놓고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었다. 둘째는 잠이 깼지만, 억지로 눈을 감고 더 자고 싶다고 버티고 있고, 남편도 더 같이 자자고 둘째랑 누워있었다.
집안이 조용했다. 아무도 소리 지르지도 않았고, 티브이 소리도 게임 소리도 없었고 기분이 좋았다.
애들 아침으로는 쿠키와 빵과 우유를 꺼내 주고, 나는 3일 동안 묵혀두었던 설거지 앞에 섰다. 진짜 산더미 같은 설거지였지만 짜증이 나지 않았다. 일단 조용하면 나는 기분이 좋다.
그리고 오늘따라 신기하게도 내가 설거지하는 것을 보고, 남편이 슬그머니 일어나서, 애들 빵도 똑같이 잘라서 안 싸우게 나눠주고, 빨래도 개고, 청소기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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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워낙 바쁘고, 바쁘고 또 바쁘기에 이렇게 가사 노동을 도와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려고는 한다.
그런데 집에 있지를 않는다. 작업실에서도 안 나오고, 아기를 낳아도 집에 있지를 않았다. 둘째를 낳고서야, 일요일에 3시간은 집에 있기로 했고, 연휴나 공휴일도 없이 일만 하는 사람이기에, 참... 돈을 벌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지금도 일요일은 집에 있기로 했고, 그러자고 했지만, 사업장이 바쁘니, 일요일에도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
솔직히, 조금이라도 딴짓을 한다면 족치겠는데. 지난 12년 동안 친구 만나는 모습 본 것이 5번도 안될 정도, 딴짓을 한다고 해봤자. 음악 관련 유튜브, 야구 하이라이트 10분 정도 보는 게 전부이고, 너무나 내가 확인을 하고 있기에..... 가사 노동을 같이 하자고 더 적극적으로 말하기가 좀 복잡하다.
암튼, 그런 남편이 깨우지 않아도 일찍 11시에 일어나고, 일어나자마자 청소를 돕고, 애들을 웃겨주고 하니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평소 같으면, 일요일에 일어나자마자 설거지를 하는 게 짜증이 나고, 애들도 티브이를 시끄럽게 틀어놓고 싸우고, 그러다가 울컥해서! 그릇 하나쯤 깨뜨리거나, 떨어뜨리거나, 버럭버럭 했을 것인데, 아주 평화롭게 집안일을 마치고, 씻고 "출근"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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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을 하고, 9시에 퇴근해서, 애기들이 부모가 없어도 공부한 것을 칭찬해주고, 늦었지만, 애들과 떡볶이랑 아이스크림이랑 사 먹고 나니 밤 12시였다. 피곤한 애기들이 평화롭게 금방 잠들었다. 중간에 큰애가 너무 안기고, 치덕 거리고, 무겁게 매달려서 내가 조금 짜증을 내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매우 평화롭고, 안정적이고, 행복한 하루였다.
감사하다. 이런 평화로운 조용한 주말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