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실습을 다니고 있다. 거진 9년 만에 출퇴근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는 생활을 하다 보니, 모든 것이 신입직원처럼 처음인 것 같다.
특히 점심시간!
사장일 때는 밥을 거의 챙겨 먹지를 못했다. 새벽 2-3시까지 일하고, 10시쯤 일어나서 출근. 3-4시쯤에 밥을 먹거나. 아님 저녁 11시까지 굶는 일도 다반사였다.
하지만! 지금 실습생이 되어보니 따박따박 12시 30분에 점심시간을 준다. 때마다 밥을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며칠이나 됐다고, 이제는 12시부터 배가 고프다.
그래서 그런지 12시부터 일이 손에 안 잡힌다. 사실 메뉴를 내가 정할 입장은 못 된다. 이 사무실엔 본부장님과 사원 2명이 상주해서, 나까지 3명이 있다. 그런데 내가 이 동네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어떤 분위기인 줄도 모르니 주로 본부장님이 가자는 데로 따라가는 편이다.
그리고 안친한 본부장님 그리고 사원님과 밥을 먹는 것도 엄청 불편하다. 내가 특별히 낯을 많이 가려서, 친하지 않으면 같이 밥 먹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 꺼리기만 하지, 분위기상 겉으로는 티 안 나게 잘한다 ) 사람이기에 더더욱 편치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시가 넘으면 일이 손에 안 잡힌다.
어차피 30분 뒤면 뭐 먹으로 나가고, 일의 흐름이 끊길 텐데, 배도 고픈데, 아무 생각도 안 들고, 집중도 안되는데... 하는 생각과 함께,
오늘은 뭘 먹으러 갈까? 알토란 같은 점심시간 혼자 있을 시간이 있을까? 루미큐브 한 판은 할 수 있을까? 등등 이 내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다.
솔직히 12시부터 점심시간이라고 말해도 될 만큼 점심시간 30분, 20분 전부터는 아무 일도 하기 싫다. 아니, 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도 브런치를 쓰고 있다. 열심히 일하는 척 타이핑을 퐁퐁퐁 하면서 말이다. ㅋㅋㅋ
우리 직원인 대리님은 점심시간이 1시 30분부터인데, 1시부터 이런 생각으로 점심시간을 기다리겠지? ㅋㅋㅋ
이해가 간다. 직장인에게 점심시간은 오아시스 같은 것이니까.
오랜만에 점심시간의 설렘을 느끼는 것도 즐겁다. 내가 정상인이라는 뜻이니까
아!
그것도 있다.
평소에 같이 점심을 먹는 남편 사장님은 입맛이 서양식이라 한식을 정말 잘 안 먹는다. 분식이나 중식, 돈가스 같은 서양식 정도이지 국밥은 진짜 안 먹는 사람이다.
그런데 여기는 다들 한식이다. 주꾸미 덮밥, 제육덮밥 등등 아주 내 입맛에 맞는 점심을 주로 드신다. 그래서 내가 더 설레고 기대가 되나 보다.
암튼 이렇게 글을 쓰고 앉아 있어도... 아직 12시 5분이네.... 평소 놀 때는 1시간이 훌쩍 가던데, 왜 일도 안 하고 노는 점심시간 20분 전에는 시간이 더디가 가는지...
빨리 남이 해준 밥 먹으러 가야 하는데... 헤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