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동덕여대 졸업생이다. 동덕여대는 현재 남녀공학 전환에 대해 학교와 학생 간의 대치가 진행 중이다. 그리고 나라는 계엄과 탄핵으로 많이 시끄럽다.
나는 이미 졸업생이기에, 일개 한 사람이기에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름 배운 사람인 것이다. 무엇보다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인 것이다.
현재 내 모교에 대하여, 내 나라에 대하여 엄청 글을 쓰고 싶은 것이다.
나는 나름 지식인이기에, 또한 글을 쓴다는 사람이기에, 무엇보다 내 머릿속에는 나름의 명확한 이유들로 내 후배들을 지지하고, 탄핵을 찬성하는 확실한 주관이 있기에, 관련된 글을 진짜 쓰고 싶다.
무슨무슨 교수들처럼, 변호사처럼, 판사처럼 한자어를 섞으면서 전문 용어를 요목조목 알려주면서, 명확하고 뚜렷하게 이성적으로, 설득과 반박을 하며, 멋들어진 글을 쓰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막상 글을 쓰려고 하면, 이렇게 무식할 수가 없다.
페미니즘의 역사와, 의미와, 여대의 존재의 의미, 왜 투쟁을 지지하는지. 어떻게 도와주면 되는지 고민이다라는 글을,
계엄이 선포되었을 때의 공포감과 군인과 시민들의 대치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의 어이없음과 충학생 큰애의 빈정거림과 초등학생 둘째의 순수한 질문 앞에 부끄러움 속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글을,
쓰려고 몇 번이나 노력을 했다.
하지만, 결국 쓰지 못했다.
유식한 글을 쓰고 싶은데, 나 스스로 난 무식하다는 장벽이 정말 너무 높았다.
정말 너무 어려웠다.
여대의 목표는 소멸이지 남녀공학이 아닌 것을
전쟁도 아닌데 사적 권력을 위해 계엄을 한 것은 당연히 나쁜 짓임인 것을
이 당연한 것을
홍시 맛이 나서 홍시가 들어갔다고 말하는 것 외에 어떻게 뭐라고 말을 더 해야 하는가 싶을 정도로
그냥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거 아냐?"
외에는 뭘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가??
그냥 지금 시국에 아직 여대는 필요하고, 계엄은 말이 안 되고, 그래서 탄핵은 당연한 것을
거짓말은 나쁘다. 도둑질은 나쁘다는 진리에 굳이 이유를 들어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그냥 당연한 것이기에 글을 따박따박 쓰는 게 너무 어려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글을 쓰면 뭐 하냐
이런 것은 행동으로 해야지 하는 생각이 크기도 하고,
행동을 해야 하는데. 행동하는 사람들을 응원만 하고 있다는 현실 앞에서 미안함이 커서
나불나불하지 말고 입 다물고 조용히 있어야지 싶기도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