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댁에 큰일이 생겼다.
나도 자식으로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런 와중에 결국 시댁이야기를 또 쓰려고 보니 사실 나도 인간이라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글은 한국 시댁문화에 대한 나의 의문점에 대한 이야기지
딱히 우리 시댁을 겨냥해서 콕 짚어 섭섭하다는 의미는 아니니까 하는 생각으로 일단 쓰고 보기로 한다.
******
몇 달 전, 시댁에 갈 타이밍이 되었을 때였다.
양가 모두, 설, 추석, 생신, 어버이날, 연말연시를 제외하고는 사실 잘 안 가게 되기 마련인 바쁜 삶을 살고 있다.
친정은 매주 애들 챙겨주시러 1주일에 1회는 우리 집에 와주시기에, 굳이 나는 엄마 얼굴을 못 보지만, 애들 얼굴 보고 가시니 자주 뵙는다는 생각에 별 문제가 없지만, 시댁은 남편이 전담에서 중간중간 전화하는 것 외에는 일이 있지 않으면 얼굴을 안 보게 되니, 주기적으로 "이때쯤은 시댁에 갈 때가 되었다"라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나는 남편에게 조만간 주말에 쉴 일이 생길 때면 시댁에 다녀오자라고 말을 한다. 내가 먼저 말을 하지 않으면 남편은 결코 먼저 시댁에 가자고 말을 안 한다. 남편이 먼저 시댁에 가자고 말을 안 하는 이유는 나도 잘 알 것 같은데, 한 달에 하루 일요일에 쉴까 말까 한 상황이기에, 혼자 쉬고 싶은 마음 반, 우리 네 식구 오붓하게 외식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니. 아무리 본가 가서 엄마밥을 먹고 싶더라도 가장이기에 가족들을 위해 자꾸 미루게 되는 마음이지 싶다.
그래서 때가 되면, 내가 가자고(가라고) 말을 하는 편이다.
문제는 나는 남편이 애들과 또는 혼자 시댁에 가는 것을 찬성해도. 나는 안 가고 싶다는 점이다.
한 달에 하루도 못 쉬는 남편도 불쌍하지만.
나 역시 남편과 같이 출근하기에 한 달에 하루도 못 쉬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남편이야 자기 집이니까 엄마 밥 먹고, 눕고 쉬다가 온다는 기분이라도 들겠지만
며느리가 어디 그런가? 설령 가서 낮잠을 자더라도 불편한 것은 불편한 것이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는 남편에게 "나는 집에서 쉴 테니, 당신은 애들 데리고 또는 혼자 가서 부모님 뵙고 와라"라고 말을 했었다.
그 말에 남편은 화가 났다. 그렇게 자기 집이 싫으냐 를 시전 하는 등 단단히 삐진 것이다. 아니 그럼 내가 굳이 가고 싶어 할 이유가 있을까? 그렇게 구구 절절히 내가 섭섭했던 것들을 그렇게 말을 해도 왜 아직도 내가 시댁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을 왜 이해를 못 하지? 하는 생각에 나 역시 화가 났다.
그렇게 부부싸움을 할랑 말할 할 때.
남편과 나와 같이 일하는 직원분이 눈치를 채고는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나는 이래저래 해서 시댁에 혼자 가랬더니 저런다고 대답을 했는데
직원이 ( 30대 초반. 미혼 남자 )
"그런데 시댁에 안 가면 뭐라고 핑계대세요? 일 한다고 하시나요? 아프다고 하시나요?" 하는 것이다.
나는
"그냥 나 좀 쉰다고 하려고" 했더니. 직원이 눈이 똥그래져서는
"그래도 돼요?"라고 한다.
나는 좀 억울해서 "나도 일요일도 없이 출근하는데. 당당하게 쉬고 싶어서 안 간다라고 하면 안 되니?"라고 하니
직원이 "그렇네요!"라고 깨달은 듯 대답하는 것이다.
아...
나는 그랬다. 애들 어릴 때. 모처럼 남편이 잠을 잘 자고 있으면, 남편 잘 자라고 애들 데리고 친정에 가서 아침 점심 얻어먹고 쉬다 오고 그랬다.
그런데 남편은 하루도 날 쉬게 해 준 적 없었다.
그나마 그땐 내가 남편보다 덜 일할 때였고, 애매한 소득이었으니까 그렇다고 치더라도.
지금은 동업이고. 나도 남편만치로 일하며 더해서 가사노동도 하니 더하면 더하지 일을 덜하지 않는데도.
시댁에 당당하게 "쉬고 싶으니 오늘은 남편만 갑니다"라는 말을 하는데 왜 이렇게 세상은 나를 급진적 페미니스트로 보는 것일까?
단지, "쉬고 싶으니, 시댁에는 오늘 남편과 애들만, 혹은 그 집 아들만 갑니다"라는 것이 급진적인 말이라면, 나는 얼마든지 페미니스트 아니 메갈이 되리라.
***
그리고 결론은 결국 남편도 시댁에 안 가고, 연말연시를 맞아 결국 다 같이 시댁에 갔었다. 남편도 연말연시여서 친정에 같이 갔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