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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까지 함께하는 시댁 단톡방

by 지망생 성실장

요즘 시댁에 큰일이 생겼다.

나도 자식으로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런 와중에 결국 시댁이야기를 또 쓰려고 보니 사실 나도 인간이라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글은 한국 시댁문화에 대한 나의 의문점에 대한 이야기지

딱히 우리 시댁을 겨냥해서 콕 짚어 섭섭하다는 의미는 아니니까 하는 생각으로 일단 쓰고 보기로 한다.



***


시댁 단톡방은 내가 만들었었다.

시댁에 생신이나 명절등 모임이 있을 때, 자꾸 나한테 일정을 잡으라는 것이다. 그럼 나는 시어머니 전화했다가 시누이 전화했다가. 그 와중에 남편한테 일정을 물어보면 남편은 진짜 버럭! 화를 내면서, 그때 일정을 내가 어떻게 아냐고 화를 내곤 했었다.

그 와중에 어찌어찌 일정을 잡아 12시 1시 등 시간을 약속하면, 남편은 당당히 늦잠을 자고 늑장을 부려 1-2시간 지각을 하게 만들곤 했다. 그리고 그 화살은 나에게 돌아왔었다. 다 내 잘못이 되었더랬다.


나는 결국 시누와 시어머니 시아버지 그리고 남편을 모아 단체방을 만들고, 거기서 약속을 잡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때는 애들이 어릴 때여서 애들 사진이나 동영상을 거의 매일 올리는 점에서 나도 단톡방이 있는 것이 좋았다.


그런데 애들이 크면서, 딱히 보낼만한 사진이나 동영상이 없어지고, 시어머니께서 건강 관련 글을 퍼 나르시면 나만 대답하는 날들이 늘어났다.

그래서 남편에게 이제 나는 답을 잘 안 할 테니 당신이 답하라고 했다. 남편은 곧잘 말을 들었다. 그렇게 나는 단톡방에 있되, 말은 하지 않는 자리를 굳혔었다.


그런데 작년 추석 첫 시댁 단체 여행에서 가만히 단톡방을 보니, 사위들은 없는 것이다.

그것을 보고. 이제 이 방에 굳이 나는 없어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조용히 방을 나왔었다.


그 점에서 남편은 또 화를 냈었다.

맏며느리가 가족방에 없으면 되냐고,

나는 딱히 없어도 상관없지 않냐. 거기에 사위들도 없는데, 그리고 나도 바쁘고 답을 다 잘 못한다. 당신이 잘하면 되는 거 아니냐. 맏며느리가 할 일이 뭐가 있느냐. 딱히 그럴 일도 없고, 그런 일이 있으면 당신이 하면 된다.라고 대꾸했었다.


그리고 나도 마음이 불편하긴 했었다. 정말 큰 일을 저지른 것 같고. 무슨 혁명가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도 신경 쓸 카톡이 하나 없어진 것은 매우 매우 편했더랬다.


***


며칠 전, 시어머니께서 단톡방에 초대를 했다.

이번에는 나뿐만 아니라. 사위 2명까지 다 초대를 해서, 정말 온 가족 단톡방이 되었다.


온 가족이 있는 단톡방이니 있을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가지 않고, 계속 단톡방에 조용히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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