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는 정도는 되는 "부자!"이지만,
결혼하고 10년 동안은 애들 과자 사탕 하나도 돈 계산해서 사줄 정도로 악착같이 절약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정말 버스비가 없어서 눈치 보며 그냥 버스를 탄 적도 있을 정도이니......
암튼
그래서 그런지, 나는 음식을 만들고 나면 제일 마지막에 먹는 편이다.
남들 다 먹고 남으면 먹고, 없으면 안 먹고. 그렇게 해야 음식물 쓰레기가 안 남기 때문이다.
내가 먹고 싶어서, 그런데 내가 먹어서 음식이 모자라면 안 되니까 싶은 마음으로 요리를 하면, 들통 한가득 하게 돼서 또 남아서 버리게 되곤 한다.
중간이 없다. 모자라서 못 먹거나. 남아서 버리거나 둘 중 하나이다.
그중, 특히 김밥이 그렇다.
김밥을 알맞게 5줄 6줄 만들면 내 입에 들어갈 게 없다.
10줄 만들어야 내 입에 들어갈 게 있는 편이다.
그것도 항상 만들어 놓고 퇴근해서 남은 것이 있으면 먹게 된다.
혹시나 애들이 2-3줄 먹고 싶은데 부족할까 봐.
그러다 보니 김밥을 항상 식은 김밥 ( 그것도 엄청 맛있지만 ) 또는 꼬다리만 먹게 되는 것이다.
꼬다리도 맛있고 배부르지만 뭔가 헛헛했다.
온전히 하나를 먹지 못했다는 돼지 같은 마음인데.
솔직히 진짜 배부르게 먹어도 왜 그리 헛헛한지 내가 엄마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이고,
정말 돼지스런 생각이라 부끄러울 정도였다.
그러다 이번에 김밥을 만들 때는
만들면서 먹기로 결정했다.
윤기 좔좔 흐르는 김밥의 유혹이 너무 컸고
12줄 정도 넉넉하게 만들 작정을 한 것도 안심하고 먹게 해주기도 했다.
그래서 첫 김밥을 바로 잘라서 한입 먹었다.
와~~~ 내가 만들었지만
어쩜 이리 간간하니 맛있는지
집밥이 이렇게 든든하고 맛있다는 것을 한입 넣는 순간 계시처럼 내려온 것이다.
나는 그렇게 김밥을 둘둘 싸면서
2줄이나 내 입에 넣었다.
그래도 많이 남았다. 애들 먹을 것을 싸두고
또 내 도시락 남편 도시락까지 쌌다.
그렇게 점심까지 배부르게 먹었고
집에 오니 김밥 한 줄 정도가 남아 쉬어 있었다.
남은 김밥을 버려도 아깝지 않았다.
나도 배불리 잘 먹었기 때문이다.
별것 아닌 깨달음이었다.
만들 때, 그냥 먼저 먹어버리는 것,
나 자신도 배부르게 해주는 것
그래도 괜찮다는 것
나도 배불리, 먼저, 맛난 음식을 먹어도 괜찮다고.
엄마지만 괜찮다고
아무도 뭐라 안 하고, 오히려 가족들이 잘했다고 해준다고,
그 정도 희생 같지도 않은 것에 의미 부여하지 말고
그냥 내 입부터 넣고 보자고
그래도 괜찮다고
깨닫고 나니 요리가 한 층 즐거워졌다.
물론 설거지는 안 즐거워져서
여전히 1주일에 한 번만 밥 하는 인생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