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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죽음이 다가온다

by 지망생 성실장 Feb 08. 2025

시아버님이 편찮으시다.

파킨슨병을 선고받은 지 얼마 안 됐는데. 

폐암이 발견되셨다.


암 정밀검사를 하고, 1주일 만에 의사 선생님께서 자식들 다 모아서 결과를 들으러 오라고 하셨다.

짐작건대 좋은 말은 아닐 것 같아서, 시아버지 당사자는 집에 있으시라 하고, 시어머니와 아들 며느리 사위 딸까지 모두가 병원으로 갔다.


의사 선생님께서 환자 배우자와 자식들 앞에서 단어 하나하나 잘 선택하려 애쓰시면서도

명확한 상태를 전달하고자 노력하시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점차 귀까지 빨개지시면서 전달하는 내용은 

결국 빠르면 3개월... 길어야 1년? 길지 않은 남은 시간과 쉽지 않을 간병일을 예고하셨다......


너무나 안 좋은 급속으로 발전하는 폐암이란다.

이미 많이 퍼졌다고 한다. 항암치료도 100% 약을 쓸 수 없을 정도란다. 수술은 고려하지 말란다.

항암치료를 할지 말지. 연명치료를 할지 말지. 그리고 가까운 호스피스나 요양원도 알아보라고 한다.


파킨슨 때문에 거동이 조금 불편하시지만, 

잘 걸으시고, 정신도 바둑을 두실 정도로 또렷하시고, 무엇보다 식사를 너무나 잘하신다. 

그래서 믿기지가 않는다. 


이렇게 멀쩡하신데

속으로는 암들이 곳곳에 퍼져있고, 

고통이 없어도, 치료조차 할 수 없는 상태라니....


워낙 말수가 적으시고, 가족들이 모여 있어도 인사만 하시고, 당신 방에 들어가 혼자 바둑 두시 거나, 티브이를 보시던 분이시기에, 며느리인 나와는 대화 한 번 제대로 나눈 적도 없는 사이인데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데.

시어머님과 아들 딸들은 어떤 심정일지 진짜 바로 옆에 있어도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모두 커피숍에 앉아서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할지 대화를 나누는데. 무엇하나 결정을 내리기 쉽지는 않았다. 


종교식으로 할지, 납골당은 어디에 모실지 등등 

경험도 없고 상상도 하지 않았던 것들이 현실로 다가왔지만

하기 싫은 일이니......


문득, 장례를 치를 때, 자식들은 경황이 없기에, 사위 며느리들이 정신 바짝 차리고 여러 결정을 잘 내리고 식을 진행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이 떠올랐다.


남편을 제외하고, 가장 연장자이자 맏며느리인 내가 어깨가 무거워졌다.

그리고 두려웠다.


내가 감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어떻게 해야. 남편을 도울 수 있을까 고민이 된다. 


그러고 보니 양가 4분이 모두 살아있고, 양가가 모두 화목한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항상 생각했는데.

또한 4번의 슬픔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구나 싶더라.....


시댁과 사이가 좋지만은 않고,

시집살이를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는 못된 며느리지만

그것과 별개로 부모님이 떠나신다고 생각하니 힘겨운 것은 당연하다 싶다.


시아버님의 남은 시간

가족들과의 남은 시간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야지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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