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엄청나게 부부싸움을 했다.
소리 지르고 싸운 것은 아니다.
굉장히 조용하게 싸웠다.
구구절절이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내가 얼마나 속이 상한지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나 치졸한 그의 모습을 말해야 하기에 말하기가 두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이혼을 안 할 거니까.
왜? 그런데도 이혼 안 해?
라는 질문을 또 듣고, 또 고민해야 하는 것도 이젠 귀찮다.
그럼에도 이혼을 안 하는 것은
내가 그의 돈을 버는 일에 협조해야 우리 딸들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
이제 사랑은 없다.
그런데 사랑 없이 산다. 내 자식 때문에 산다는 말이 세상 제일 구차하다고 생각하기에 입을 다문다.
남편이 함부로 내뱉은 말에 상처받고,
남편도 금방 후회하고
남편이 "일 끝나고 정식으로 사과할게"라고 말을 했는데,
내 머릿속에는
"이혼도 안 할 건데, 뭘 정식으로 사과하나. 대충 사과하고 대충 끝내자"는 생각뿐이었다.
남편은 나름대로 정식으로 사과했고,
나는 대충 받아주고,
나는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을 했다.
남편이 사과를 했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고,
나는 항상 느꼈던 근본적인 문제
저 사람은 내가 돈 안 벌면 나랑 안 살았겠구나.
저 사람은 사랑이 뭔지 모르는구나
저 사람은 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랑하지 않는다라는 것이 너무나 확고해졌기에
나는 여러 가지로 이혼이 더 확고히 다가왔다.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지금은 돈이 더 중요한 시기이고, 내가 어떻게든 붙어서 같이 돈을 벌어야 사업의 앞날이 밝으니
일단은 우리 애들 조금이라도 편하게 살게 해 주기 위해서 살기로 한다.
남편 험담은 그때 하기로 한다.
이혼이 가시화된 그때
지금은 일단 사과했으니
대충 넘어가자 이제는 하나하나 그때그때 다 짚고 고쳐가기에도 지쳤다.
많이 지쳤다.
아... 곱창이나 먹고 싶다.
혼자 곱창 먹으러 가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