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밈노동 이란 말을 알고 나서는 화장을 더 안하게 되었다.
화장을 해봤자 이 뚱뚱함을 이 삶의 고단함을 지울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꼬시고 싶은 세상도 없었기에
화장을 안한지 10년도 더 넘은 것 같다.
원래도 화장품을 내돈주고 산 적은 거의 없었다.
엄마와 언니가 사주고 선물로 들어오곤 했었지
내 돈주고 화장품을 사기엔 돈이 아까웠다.
그런데 중학교 2학년이 되는 딸이 화장을 하고 싶다고 한다.
이제는 아무것도 안 바르면 찌질해보인다고
뭐라도 바르고, 칠하고 싶단다.
홍대 번화가의 올리브영에 갔는데
아이고... 사람이 많아 비집고 들어가서 보는 것 조차 힘들었다.
올리브영 쬐끔 한산한 곳에 들어가서 보는데......
사실 나도 봐도 모르겠더라.
파운데이션은 너무 두꺼울 것 같아서
톤업크림? 이란 것을 사주었다.
음영을 주는 것을 해보고 싶다던데
그건은 파운데이션과 컨실러를 바탕으로 해야 할 것 같아서
아직은 하지 말고 일단 톤업크림이나 열심히 바르라고 했다.
사는 김에
어른 스킨과 로션도 사주었다.
매일 세타필만 바르던 피부인데, 괜찮을까 걱정되었지만
여드름에 좋다고 써있어서
비싼 마음 먹고 사주었다.
어느새 아이가 커서 화장품 가게를 같이 가고 화장품을 사주는 때가 왔다니
손잡고 아장아장 걷던 아이가
교정한 이를 활짝 보이며, 여드름 얼굴을 빛내며 좋다고 하니
기분이 묘했다.
큰애가 브래지어를 하고, 생리를 하고, 화장품을 사고
이제 다 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가끔 곁에 누워 있어주고 기대주고 기분 좋을 때는 뽀뽀를 해도 가만이 있어주는 애기인데
이제 곧 있으면 하이힐도 신고, 미니스커트도 입고,
남자도 만나고
사랑도 하고 이별도 하고 술도 먹고 하겠지
그리고 나는 그만큼 늙겠지
그래도 내 딸이 잘 자리고 있어서 그것으로 만족한다.
건강하게
적당히 놀고
공부는 잘하고 ㅋㅋㅋ
건강하게 즐겁게 인생을 잘 이겨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