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에 자주 가지는 않는다
두달에 한 번 꼴로 가는 것 같다. 가더라도 설거지도 안하고, 그냥 외식하고 앉았다가 오는 것 뿐 힘들일도 없다. 심지어 나는 운전도 못한다.
그래도 시댁은 불편하다.
한 마디 말 할 때마다 자체검열도 하게 되고,
설거지를 안 해도 마음은 불편하고,
그들의 말 한마디 한 마디를 말 그대로 듣고, 꼬아듣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가식적인 웃음이 가식적이지 않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
더 가식적으로 안면근육을 움직여야 한다.
뭘 하나를 해도 편치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별도로 내가 전화를 하는 것도 아니고
연을 끊을 만큼 나쁜 사이도 아니고
사랑은 안하지만 법적인 남편의 가족이기에
때마다 모임에 참석을 하는 편이다.
딱히 가야할 자리에 안 간 적은 없다
막말로 가서 일하는 것도 아닌데 명분도 없고, 그 정도 까지는 아니니까.
갈 건 간다.
그런데
내일 하루하루 기력이 쇠하시는 시아버님을 보러 온 가족이 가기로 한 날이다.
아들네가 다 가니
근처에 사는 시누들도 다 온다고 한다.
시댁 단톡방에 시어머님은 내일 어떤 음식을 할지를 적어두었고,
사위들이 좋다고 감사하다고 댓글도 달고, 화기애애 가족 모임이 예상되고 있다.
나도 안 갈 마음은 없다.
그런데 오늘 아침부터 콧물이 난다.
재채기가 난다
미세먼지 비염 때문인지
감기인지 알 수가 없다.
문제는 시아버님이 폐암이시라는 것이다. 기관지 적으로 매우 안 좋으신데,
내가 감기를 옮기면 안 될 일이다.
그래서 콧물을 몇 번 풀고나서 남편에게
" 나 내일 가도 돼?"
라고 물어봤다.
남편은
"마스크 쓰고 가" 라고 한다.
아니!
내가!
가기 싫어서가 아니라
옮기면 어쩌냐고!
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 말을 하는 것 조차, 남편이 불편해할까봐
그냥 알았다고 라고만 했다.
가라면 가는데... 진짜 옮길까봐 걱정이다.
내가 진짜 핑계가 아니란 것을 남편이 알아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