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5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내가 안 가고 싶어서 콧물이 나는게 아니라고

by 지망생 성실장 Mar 15. 2025

시댁에 자주 가지는 않는다

두달에 한 번 꼴로 가는 것 같다. 가더라도 설거지도 안하고, 그냥 외식하고 앉았다가 오는 것 뿐 힘들일도 없다. 심지어 나는 운전도 못한다. 


그래도 시댁은 불편하다.

한 마디 말 할 때마다 자체검열도 하게 되고, 

설거지를 안 해도 마음은 불편하고, 

그들의 말 한마디 한 마디를 말 그대로 듣고, 꼬아듣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가식적인 웃음이 가식적이지 않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 

더 가식적으로 안면근육을 움직여야 한다.


뭘 하나를 해도 편치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별도로 내가 전화를 하는 것도 아니고

연을 끊을 만큼 나쁜 사이도 아니고

사랑은 안하지만 법적인 남편의 가족이기에

때마다 모임에 참석을 하는 편이다.


딱히 가야할 자리에 안 간 적은 없다 

막말로 가서 일하는 것도 아닌데 명분도 없고, 그 정도 까지는 아니니까.

갈 건 간다.



그런데 

내일 하루하루 기력이 쇠하시는 시아버님을 보러 온 가족이 가기로 한 날이다.

아들네가 다 가니

근처에 사는 시누들도 다 온다고 한다.

시댁 단톡방에 시어머님은 내일 어떤 음식을 할지를 적어두었고,

사위들이 좋다고 감사하다고 댓글도 달고, 화기애애 가족 모임이 예상되고 있다. 


나도 안 갈 마음은 없다.


그런데 오늘 아침부터 콧물이 난다.

재채기가 난다

미세먼지 비염 때문인지

감기인지 알 수가 없다.


문제는 시아버님이 폐암이시라는 것이다. 기관지 적으로 매우 안 좋으신데, 

내가 감기를 옮기면 안 될 일이다.

그래서 콧물을 몇 번 풀고나서 남편에게

" 나 내일 가도 돼?"

라고 물어봤다.

남편은

"마스크 쓰고 가" 라고 한다.


아니!

내가! 

가기 싫어서가 아니라

옮기면 어쩌냐고! 


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 말을 하는 것 조차, 남편이 불편해할까봐 

그냥 알았다고 라고만 했다.


가라면 가는데... 진짜 옮길까봐 걱정이다. 

내가 진짜 핑계가 아니란 것을 남편이 알아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맥주 한잔 할래? 30분 일찍 퇴근할래?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