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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딸 아이의 만화 학원 상담

by 지망생 성실장

왜 인간은 예술에 대한 욕구가 있을까?

재능도 끈기도 없는 인간이 예술을 탐미하기 시작하면, 그 인생은 껍데기만 남고 허무해질텐데...


큰 아이가 미술과 작문에 관심을 갖더기 결국은 만화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

나와 남편은 약속한대로 예술은 절대 반대하고 있지만.

약속한 시험 결과지를 들고 학원을 다니고 싶다고 하는데 허락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미적미적 만화학원 한군데를 상담을 받기로 했다.


큰 아이는 그럭저럭 미술도 작문도 하긴 하지만

딱히 큰 재능이 보이지는 않는다.

그냥 사춘기 예술에 대한 동경이 있을 뿐이다.


학원을 다닌다고 다 만화가가 되는 것이 아니란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학원을 다니는 것이 더욱더 만화에 대한 동경을 키우고

더불어,

B급 야한 일본 만화에 빠지게 될까봐 너무 걱정이 된다.


아이는 상담을 받으러 가는 것부터 들떠서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겠다며 그린 것들 중 잘한 것을 추리고 있는데,

거기에 재를 뿌리기도 싫고, 응원을 해주기도 싫어서 입을 막고 있을 뿐이다.


학원비는 어찌할 것이며,

학원을 다니는 시간은 얼마나 아까울 것이며

만화를 잘해도 걱정

못해도 기가 죽을까 걱정

걱정 걱정 어미의 마음은 타들어 간다.


그냥 공부 열심히 해서

하급 공무원도 좋으니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면 얼마나 좋으려나 싶은데

애비 애미가 예술을 했던 주제에

자식은 안된다고 마냥 막을 수 만도 없는 노릇이라 진짜 애만 타고 있다.


만화하나 상담 가는데 이렇게 싱숭생숭한 것 보니

나도 어지간한 예민보스 엄마인가보다.

오늘 상담하러 가는데 진상짓은 안 하도록 해야겠지


아.. 눈이 또 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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