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늘어난 약을 매일 먹는다.
눈 뜨면 일단 약부터 먹고 시작한다.
내가 오늘의 일상을 잘 견딘 것이
내가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노력해서 잘 산 결과인지
정신과 약을 잘 먹은 결과인지 모르겠다.
아직도 눈은 지 멋대로 감기고 깜빡이지만.
하루하루는 그럭저럭 무탈하게 지나가고 있다.
정신과 약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먹지만
마음속으로는 간절하게 이 약을 끊게 해주세요 하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먹는다.
한편으로는
약을 안 끊어도 좋으니, 이정도로만 무탈하게 살 수 있다면
평생 먹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가장 걱정인 것은
아이들이 내가 먹는 약이 당뇨약이 아니라
정신과 약이라는 것을 어느날 눈치챌까봐 이다.
그래서 혼자였다면 약을 먹는 것을 비타민 먹듯이 즐겁게 먹을 텐데
라는 생각을 지을 수 없다.
암튼
벌써 1년 6개월을 정말 꾸준하게 열심히 먹고 있는데도
그다지 나아지지 않는 것이 속상하면서도
약빨 때문인지 하루하루는 무탈하게 잘 살고 있다는 것은 다행이다
긍정적으로
다행인 것만 생각하며
앞으로도 열심히 약을 먹기로 한다.
오늘도 약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