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맞은 썰

by 지망생 성실장

2002년도 쯤. 25년 전 쯤 이야기다.

그때 나는 부평역에서 월곡역까지 전철을 타고 학교를 다녔었다.

전철을 타면 지금은 스마트폰을 보지만, 그때는 그냥 할 일도 없고 주로 잠을 잤었다.

전철이 끝에서 끝이다보니 한 숨 자고 나면 딱 도착지에 다다를 시간이었기에, 주로 나는 잠을 자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집에가는 전철 속이었다. 사람들이 꽤 많은 만원 전철이었다.

운 좋게 자리를 잡은 나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한 숨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꾸벅거리는 내 뒤통수를 꽝! 하고 때린 것이다.

놀라서 잠에서 깨서 앞을보니

50대 술 먹은 아저씨가 내 머리를 때리고는 "일어나" 라고 손짓을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빼곡히 차 있는 전철에서 그 누구도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전철은 매우 조용했다.


50대의 그 아저씨는 씩씩대며 나에게 일어나라고 하고 있었다.


나는 가방을 들고 일어났고, 마침 전철문이 열려서 그냥 그 정거장에서 내렸었다.


시청역이었나. 너무 놀래서 처음 보이는 전철역 의자에 앉아서 울지도 못하고, 정신이 멍한채로 한참 앉아있다가 다시 전철을 타고 집에 온 기억이 난다.


나는 노약자석에 앉은 것도 아니었고, 그냥 일반 좌석에 앉아서 졸았을 뿐이다.

그 사람은 가장 만만해보이는 스무살의 아가씨를 타켓을 삼았을 뿐이겠지.

그래도 나는 몃번이나 그날의 내가 무엇을 잘못했었을까 생각을 했었다.


지금도 가끔 전철을 차면 그때 폭행이 기억나곤 한다.

그리고 드는 생각은 지금이라면 소리라도 치고, 경찰을 부르기라도 했을 텐데.

그때의 난 내 잘못이 무엇인가만 생각했었던 것이다.


이게 여성 혐오의 한 사례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폭행을 당하고, 강렬한 트라우마를 가진 피해자로서 내가 건장한 남자였으면 최소한 맞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을 떨칠 수가 없디.


그때의 전철은 정말 막장이었다. 성추행도 일상이었던 장소니까 말이다.


성추행도 당해보고, 뒷통수 폭행도 당해본 나로써는 둘 다 폭행이고, 둘 다 너무나 무서웠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요즘은 전철을 거의 타지 않는다. 직장과 집이 가깝고, 자동차가 있고, 급하면 택시를 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내 자식들이 전철과 버스를 타고 다니는 나이가 되었다.

지금은 안전하겠지?

적어도 지금 내 딸들은 핸드폰이 있으니 무슨일이 있으면 112에 바로 전화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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