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자마자 나는 당연히 양가에 단돈 5만원이라도 용돈을 드리려고 했다.
하지만 시댁에서는 한달에 20만원을 요구하셨고, 친정 부모님은 한 푼도 받지 않으시려고 했다.
결국 한 6개월 가량 시댁에 용돈을 보내다가,
진짜 먹고 살기 힘들어서 못 보내드린다고 하고,
그 후론 양가에 용돈을 드리지는 않고 있다.
너무나 감사하게 양가 모두 공무원 연금을 받으시고, 양가 모두 알뜰하신 부모님들이셔서
용돈을 안 드려도 되는 상황이다.
오히려 친정은 우리가 얻어먹는 상황이다.
암튼 이런 상황에서
나는 전업 주부도 했고, 맞벌이도 했고, 지금은 남편과 같이 사업체를 운영하며 살고 있다.
남편과 나는 2개의 사업체를 같이 운영하며
내 월급으로 애들 학원비와 식비 등을
남편 월급으로 공과금과 대출을 내며
매달 가계부 겸 회사 장부를 함께 보면서 돈을 정리하곤 한다.
내가 받는 월급 겸 생활비는 많지 않다.
남편이 일단 큰 돈들을 정리하고 있기에, 나는 생활에 딱 맞춰서 돈을 받는 편인데
지난달 큰애 수련회나 독서실 한달 비용 등 한달에 10만원이 넘는 급 지출이 몇번 생기면 정말 돈이 없는 상황이 된다.
원래 돈이 없다고 하면, 남편이 조금이라도 챙겨주는 편인데.
이번달에는 정말 돈이 없다면서 추가금을 안 주더라.
같이 장부를 보고, 가게 장사가 안되는 것을 아는 나로서는 무작정 조를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당장 생활비가 없는 상황에서 카드를 긁자니 도돌이표가 될 뿐이고
생활비는 너무 없고
생각나는게 친정 엄마였다.
친정 엄마는 정말 알뜰하다.
그런데 궁핍해보이지 않게
정말 슬기롭고 지혜롭게 살림을 잘 하신다.
어느정도냐면 죄꼬리만한 연금을 쪼개서
손녀들 적금도 들어주고, 해외여행도 다니시고, 내가 "엄마 용돈 좀" 이라고 말하면, 쌈짓돈도 꺼내주신다.
이번에도 고민 끝에
평소에 하지도 않는 애기 짓을 하면서
"엄마 나 돈 좀 줘" 라고 하니
바로 척척 몇십만원을 용돈으로 주셨다.
그러면서 혹시 눈이 아픈 것이 장사가 안되서 돈이 없어서 그런거냐면서
엄마가 돈을 더 주면 나을꺼냐고 하시는 바람에
당당하게 부모한테 용돈 좀 타려다가 갑자기 울 뻔 했다.
나이 마흔 중반에 부모한테 용돈 받는게
뻔뻔하긴 하지만, 뭐 잘 사는 분이니까 그래도 되지 싶었는데
엄마가 걱정하시는 것을 보니
진짜 내가 잘못했구나 싶어서 죄책감이 많이 들었다.
그래도 돈이 없으니 용돈을 받고,
뻔뻔하려고 노력하면서
"돈 받았으니까 눈 번쩍 뜰께" 라고 웃으며 말하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엄마도 웃으며, 언제든지 말하라고 하셨다.
같이 돈 벌고, 같이 돈 쓰는 남편에게 돈 없다고 말하는 것은
"내가 마치 살림을 잘 못 해서, 낭비해서 돈이 없는 것 같이 보일까봐" 말하기가 어려운데
독립한 주제에 부모님께 돈 없다고 말하는 것은
"찢어지게 가난해서 불행해보인다고" 말하는 것 처럼 보이니 말하기가 더욱 어렵구나 라고 새삼 깨달았다.
아무리 부모가 재벌이라도
단돈 만원이라도 용돈을 드려야지
용돈을 받는 것은 아니구나 이제 깨달았다.
그래도 엄마 덕에 몇달 숨통이 틔였다.
정말 감사하다
다음에는 남편에게 돈 달라고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