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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의 글쓰기

by 지망생 성실장

요즘 며칠동안 브런치에 글을 많이 썼다.

어제는 심지어 2개나 썼다.

브런치에 글을 쓸 때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휘리릭 쓰는 편이다.

머릿속에 생각을 한 번 정리하고 나면 쓰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래도 일할 시간에 쪼개서 글을 쓰는 것이기에 죄책감이 많이 든다.


치유의 글쓰기라고 하는데

나는 일하기 싫어서, 도망가는 회피의 글쓰기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이다.


브런치에 글을 쓸때는

또 라이킷이 달릴까 하는 설레임과 기대가 좋다.

라이캇이 달리는 것은 내 글에 공감해준다는 뜻이기에,

세상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


일상 생활에서는 대화할 사람이 없다.

오로지 남편 뿐이다.

친구는 딱 3명 정도 있는데, 다들 바쁘고, 1년에 한번 보기가 어렵다보니, 만나서 할 이야기도 점점 줄고, 전화통화도 점점 멀어지게 된다.


무엇보다. 일상을 공유하는 전화통화가 나는 어렵다.

장사가 잘 된 것을 이야기하면 자랑처럼 들리겠지

안된다고 이야기하면 너무 어려워 보이겠지

친구네 집 이야기가 궁금하다고 하면 남의 집일에 관심같는 오지라퍼 같겠지

내가 해줄 수 있는 것도 없는데 괜히 고민 이야기 들어주면 뭐 하나

내가 오늘 뭘 먹고, 뭘 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시시콜콜히 이야기하는 것은 상대방도 지겹겠지

시사 정치 이야기는 색이 다를 수 있고

내 페미니즘은 다들 거부감을 들어 할 테니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요즘 잘 살고 있지? 나도 잘 살아.

딱 이 대화를 하면 끝난다.


스몰토크가 안되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빅 토크가 되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보니 브런치가 유일한 대화 창구이기에 브런치에 글을 많이 쓰는 것 같기도 하다.


회피의 글쓰기

그게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이 분명하다.

이것도 정신병의 일종일까?


오늘도 정신과약을 먹었다.

내일은 회사의 이삿날이다

오늘 밤을 세워 짐을 정리해야 한다.

벌써부터 몸이 힘들다.

그래도 해내야 한다.


이런 신세한탄이라도 할 수 있는 브런치가 있어서 다행이다.

회피의 글쓰기면 어떠냐

내 일상에 도움이 되면 그만이지

브런치 덕에 약이라도 꾸준히 먹고 있으니

( 브런치에 정신과 약 글을 쓰면서, 웬지 안 먹으면 혼날 것 같아서 열심히 먹게 된다 )

그것이면 된 것이다.


나에겐 회피의 글쓰기가 치유의 과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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