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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으론 부족할까

by 지망생 성실장

한창 시인이 되고 싶던 시기가 있었다. 예술이 뭔지도 모르고 예술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던 그때, 친구가 등단을 했다.

친구는 시인으로는 정말 정말 어린나이에 등단을 했고, 문단의 주목을 받았고, 등단한 날 주최즉에서 하는 멋진 애프터파티도 했었다. 그 파티에가서 유명 작가들도 만나고 축하를 해주면서 무척이나 배가 아팠던 기억이 있다.

그날 술에취해 들어와서 엄마한테,

"엄마, 누구가 등단했는데, 그 집은 아빠가 주정뱅이거든, 그래서 아픔이 좀 있어, 그래서 시를 잘 쓰나봐" 라고 말을 했었다.


그 후, 퇴직위기의 아빠가 난생처름 술드시고 집에 실려오신 적이 있었는데,

엄마가

"이제 너 시 쓸 수 있겠다"

라고 말을 했던 기억이 있다.


브런치 상담에 있는 많은 글들을 보면, 큰 질병에 걸리신 분들도 많다.

글을 보면서 응원도 하고, 감동도 받고 하는데.

정말 정말 못된 마음이

"소재가 있으시구나" 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서편제 영화를 보면 "한이 있어야 소리가 잘 나온다며" 소리꾼인 딸의 눈을 멀게 하던데.......


나도 어떤 아픔이 좀 있어야 하는 것일까.

그래야 예술이 좀 되려나

하는 못된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러면서

내 정신병으로는 그게 안되는걸보니

정신병으로는 약한가란 생각까지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막상 MRI 에도 안나오는

한쪽 눈이 자꾸 감기는 심각하다기보다는 쬐끔 불편하고, 원인만 무척 궁금한 질병에 걸리고보니

이게 아주아주 큰 희귀병의 전조증상이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또 너무너무 무서운 것이다.


어쩌다보니 검사날에 가지를 못할 일이 생겨서

8월달에나 다시 정밀검사를 받게 될 텐데.

예술가의 마음으로

큰 병이어도, 다른 가족이 아니라, 내가 걸린 것이라 괜찮다.

예술적으로 풀 수 있으니 좋게 생각하지

라고 마음을 먹어야 할 텐데


이건 뭐 초초 불안 두려움으로 아무것도 못하고 앉았으니

웃긴 일이다.


시고 소설이고 예술이고 뭐고

건강하고 싶은 마음이 솔직한 마음이다.


나는 예술가는 못 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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