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은 항상 주신 것보다 남는다.
정신과약은 특히 잘 먹으려고 하지만, 그래도 1-2일은 남는다.
남는 약은 아무렇게나 대충 책장에 쑤셔넣고 있었다.
그런데 1주일에 한번씩 집에와서 애들 밥을 해주시는 친정 엄마가 그게 눈꼴시었는지,
이번주에는 약을 깨끗하게 정리해주셨다.
엄마는 그 약이 정신병약인지 모르신다.
아마 당뇨약이라고 생각하고 정리해주셨을 것이다.
딸이 정신병자라는 것을 알면 얼마나 상심이 크실까?
그리고 그렇게 정체도 모를 약을 정리하게 만든 딸은 정말 못된 딸이다.
나는 살림을 거의 안한다.
할 시간도 체력도 없다.
다 하려고 하다가 정신병이 생긴것도 내가 살림을 놓게된 이유중에 하나이다.
정신병이 도지면 또 소리를 지르고, 애들을 때리고 할테니
차라리 살림을 하지 말라고 남편이 말했었다.
그리고 나 역시 그 점에 동의한다.
그렇다고 친정 엄마가 정신과약을 정리하기를 원치는 않았는데
결국 그렇게까지 만들었다.
엄마가 거기까지 볼 줄도 몰랐다고 변명을 해본다.
오늘은 엄마가 정리해준 약을 먹고 나왔다.
열심히 약을 먹으면 언젠가는 약을 안 먹어도 될 날이 오겠지.
나이 50을 바라보는데
80을 바라보는 엄마의 살림 도움을 받는 정신병자라니......
처참하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