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이에 대한 고민을 끝내다

by 지망생 성실장

폐경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순간부터, 할 수 있을 때 하나 더 낳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를 그렇게나 힘들게 했던 나인데

지나가는 애들만 봐도 힘들던 시절이 생각나 눈물 나는 나인데

육아로 정신병약까지 먹고 있는 나인데도

장기가 노화로 늙는다는 생각이 드니 써먹을 수 있을 때 낳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유튜브 쇼츠에서도 갓난아이 영상만 올라온다

애 우는 소리에 하늘이 두쪽 나는 줄 알고 같이 울고

애를 던져버리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던 내가

애기들 영상을 보며 귀엽다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두 아이를 기를 때 너무 외롭고 힘들고 돈도 없고 지식도 없었어서

남들은 행복하다던 시기가

나만 너무 괴롭던 시절이어서

그래서

다시 한번 기회를 잡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애가 울어도 느긋하게 웃으며 어르고 달래고 하면서

돈은 넉넉지 않아도

큰애 때처럼 기저귀값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니까

어떻게 기를 수 있지 않을까

이번에는 행복하게 육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나 보다.


또한 번식 외에는 행위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 남편이기에

셋째에 대한 목적이 생기면, 내가 원하던 행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목적도 있었다


( 진지하게 남편에게 앞으로 이런 식으로 섹스리스가 계속되면, 더 늙기 전에 이혼하고 나는 성욕을 발산하면서 살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니까 )


그래서 가족들의 반응을 물어보았다.


남편은 나는 임신이 잘 되는 몸이라 낳으려면 충분히 잘 낳을 수 있겠지만, 반대한다고 했다.

일단 딸을 원하는데 딸이 100%라는 확신이 없고, 지금 내가 사업에 참여도가 높아서 내가 빠지면 사업이 안될까 봐 싫고, 무엇보다 자식들에게 단돈 만원이라도 남겨주고 죽어야 하는데, 애 둘 에게 나눠줄 돈도 부족한데 셋이면 더 나눠줄게 줄어드니 싫다고 했다.

그러면서 목적이 행위이면, 더 노력하겠다고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자기도 내 마음을 잘 아니까 기회를 달라고 한다. ( 그러면서 왜 수술은 안 하는지?? )


큰애에게 셋째를 낳으면 어떨까 물어보니

대뜸

"나보고 키우라고?"라고 한다.

아니 지가 뭐 동생 기를 때 도와주길 했나? 지금도 싸우기만 하는 사이면서 싶어서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보니 큰애가 벌써 15살인데... 만약 우리가 셋째 낳고 일찍 죽으면 정말 큰애가 기르겠구나 싶은 생각에 큰애에게 부담스럽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둘째에게 동생이 생기면 어떨까 물어보니

둘째는 "입양하려고?"라고 한다. 엄마가 임신을 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못하나 보다.

초5인 둘째에게 입양이 아니라 낳을까 말까 고민 중이라고 말을 하니

이름부터 생각하면서 언니랑 본인의 이름에 들어가는 돌림자에 맞는 이름을 고민하더니 맞는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며 고민을 시작했다.


가족들에게 농담 식으로 말했지만 사실 나는 진짜 진지했다.

육아는 고통스럽겠지만

임신기간은 나름 즐거웠고 출산도 어렵지 않았으니까.

젖몸살도 하루 이틀이었고,

돈만 있다면 행복한 육아를 할 수 있을 테니까

늙어 썩어갈 장기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이 생각보다 컸다.


그런데

오늘 새로 받은 당뇨약 봉투에 "임신부금지"라는 것을 보았다.

지금까지 전혀 생각을 못했는데

내가 먹는 당뇨약은 임신하면 못 먹는 약인 것이다.

그럼 임신기간 동안 약을 못 먹으면 당뇨가 심해질 테고.. 매우 위험해지겠지.

임신성당뇨를 겪어보지 않아서 몰랐는데

그냥 당뇨환자인 나는 임신 자체가 아무도 권하지 않는 몸이었던 것이다


아... 나는 생각보다 늙고 병든 몸이었구나 싶다.

한두 달의 고민이 무색하게

임신이 안 되는 몸인 것을 깨닫고 포기가 바로 되었다.


이렇게 늙고 병든 몸에 굳에 임신을 하고, 아이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는 않으니까


많이 섭섭하다.

가져보지도 못한 것을 뺏긴 기분이랄까

속상한 마음이 생각보다 크다


많이 아쉽고 그렇다......


암튼 이제 고민 끝!

나에게 늦둥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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