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최신 핸드폰을 사드렸다

by 지망생 성실장

내가 시어머니와 그럭저럭 평온한 관계를 유지하는 이유는 아마도 돈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결혼준비도 도와주셨고, 살면서 돈으로 부담은 절대 안 주셨고, 오히려 밥값을 우리보다 더 내셨으니까.


아무리 잘해주셨어도 돈 부담을 주셨다면, 나는 악독하게 안 보고 살았을 성격이다. 돈이 너무 없었고, 돈이 있어도 '다 내 새끼한테 가야지, 돈이 위로 올라가는 것은 절대 용납 못한다' 하는 철저한 자기 주관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물론 기본 효도, 병원비라던지, 생활비 라던지 그런 부분은 당연히 자식 된 도리로 책임을 지겠지만, 부모가 되어서 조금이라도 사치스럽거나 현명하지 않은 소비로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정말 정말 용납 못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시어머님은 정말 정말 아끼면서 자식 셋을 잘 기르셨고, 지금도 자식에게 부담 주지 않으시는 분이다. 지금도 자식이랑 밥 먹으면 밥을 사주시는 분이시고, 가끔 보는 손녀들에게 돈 만원이라도 꼭 용돈을 주신다. 아들이 아니다고 단 한 번도 말하신 적 없고, 손녀들을 이뻐해 주시는 감사한 분이다.


신혼 초, 정말 섭섭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음에도 아들딸 차별 없이 장남이 딸만 둘 내리 낳아도 좋아라 해주셨고, 돈으로는 절대 부담 안 주신 것, 한 푼이라도 주려고 하시는 모습에 사실 많은 섭섭함을 녹게 하신 것이 사실이다.


그런 시어머님이 무슨 바람인지 처음으로 신형 핸드폰을 사고 싶다고 하셨다.

어디서 어떤 노인이 그 핸드폰을 들고 있는 것을 봤는데, 세상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단다.


평생 사치란 것을 해본 적 없으신 분인데, 얼마나 부러웠으면, 그것도 스스로 사지도 못해서 자식에게 말을 했을까 싶었다. 돈이 없다기보다 그런 큰돈을 감히 내가 써도 될까 하는 마음이셨을 것이다.

다행히 그 말을 들은 남편이 대뜸 사드리겠다고 걱정 말라고 아들이 사준다고 했단다.


먼저 사준다고 하고, 내 눈치를 보며, "동생들하고 돈을 모아서 사드릴까?"라고 말을 하는 남편이 귀여웠다.

나는 "그냥 혼자 사드리고, 철저하게 아들이 혼자 사드렸다고 당당하게 이쁨 받아"라고 했다.

남편이 진짜 너무 고마워했다.


최신형이라 제품이 매일 있는 것이 아니어서 첫날에는 제품이 없어서 허탕을 치고, 예약도 안된다고 해서, 오늘 두 번째로 아침부터 가서 겨우 최신 핸드폰을 살 수 있었다. 100만 원이 넘는 핸드폰은 처음 본 것 같다.

우리 가족은 모두 낡은 중고 핸드폰을 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머님이 너무 좋아하신다.

이렇게 좋아하실 수가 없다.

시누 들도 고마워하고, 아들도 어깨가 당당하게 펴졌다.

어머님이 모두 며느리가 통이 커서 허락해 준 거라고 며느리야 고맙다 하시는데

나도 기분이 좋았다.


이러려고 돈 버는 거지


돌아가신 시아버님 칠순 때, 우리가 사기당해서 밥값도 못 내고 칠순 선물도 못했던 생각이 났다.

그때 얼마나 속상했던지. 나이 마흔이 다 돼 가는 자식이 정말 자식 노릇도 못한다는 생각에 정말 염치가 없었다.

시아버님이 조금만 더 살아주셨다면, 핸드폰 두 개를 커플로 맞춰드렸다면 더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친정 부모님도 생각이 나서 전화를 드렸다.

이제 맘껏 누리고 사시라도, 가진 것 다 팔아서 써도 좋으니 사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있으면 참지 마시라고

엄마 딸 둘 모두 사장이니 능력 된다고, 우리가 다 해드리겠다고 말하니

말만으로도 고맙다고 하신다. 말이 아니라 진짜 다 해드리겠다고 하니 알았다고 걱정 말라고 하신다.


그래 이러려고 주 7일 근무를 매일밤 1시 퇴근을 하는 거지


모처럼 뿌듯한 날이다.

이제 오늘 장사만 잘 되면 된다!

이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이 오래오래 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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