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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국 정신병자가 맞긴 하네

by 지망생 성실장

신경과에 검진 결과를 들으러 갔다.

한쪽 눈이 잘 안 떠져서 MRI 도 찍고, 중증근무력증 검사도 했다.

그 결과를 들으러 연세대 신경과에 간 것이다.


잘 생긴 의사 선생님께서 심드렁한 표정으로 검사 결과 이상이 없다고 하셨다.

중증근무력증은 눈이 서서히 잠기는데, 나는 한 번에 휙 감기고, 복시등의 증상이 없으니 중증근무력증이 아니라고 하셨다. MRI에서도 특이점을 못 찾았다고 하셨다.


그냥 다시 안과로 가서 보톡스를 고려해 보라고 하셨다.


다음 주에 안과를 다시 갈 예정이다.

하지만 안과에서도 예전에 했던 말을 하겠지. 안검하수면 두 눈이 그럴 것이고 한쪽눈만 이런 거니 알 수가 없다고, 원민 불명에 일단 보톡스를 맞으라고 할 것이다.


결국은 정신과샘이 아무래도 심적인 문제일 거라고 했던 말이 맞는 것이다.

그러나 정신병약을 꾸준히 먹어왔는데, 왜 갑자기 이런 증상이 나타난 건지는 알 수가 없다.

정신과 약을 이리저리 바꿔봤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은 정신적인 문제가 맞고, 해결책은 없고......


다시 한번, 정신병자가 맞는구나 라는 확인만 하게 된 셈이다.




예쁘고 건강하고 착한 두 딸

돈을 성실하게 버는 진짜 가정적이고 성실한 남편

공무원연금 받으시면서 자식에 부담 주지 않고 주려고만 하는 친정 부모님

매주 한 번씩 집에 와서 살림을 도와주는 친정엄마

이제는 힘이 빠져서 시집살이 안 시키는 시어머니

이제는 시누짓을 안 하는 시누들


우는 소리 하지만, 매달 정산을 하면 어떻게 저떻게 버티고 있는

자리가 잡혀가는 사업까지


뭐 하나 빠질 것 없이 이제는 즐기기만 해도 될 시기인데..


아마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장사라는 것이

체질이 아니기에 스트레스를 받는가 싶다.


장사가 오늘 잘 돼도, 내일 잘 안될 가능성이 항상 있기에

대출이 아직 많아서, 이익을 보는 상황이 아니기에,

안정감이 없다는 것이 모든 원인의 주범이 아닐까

결국 체질상 월급쟁이여야 하는데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다들 이렇게 아등바등 살고 있을 텐데

왜 나만 정신병이 걸릴까?


정신과 원장님은

누구는 10이 아파도 잘 참고

누구는 10이 아파도 100만큼 아프고 그런 거라고

다들 사람마다 견딜 수 있는 한계가 다른 거라고

정상이라고

괜찮다고

사는 건 다들 힘들다고

약으로 도와주겠다고라고 말한다


그렇지 나도 정신과약을 먹고는 있고

정신병자는 맞지만

비정상은 아니고, 그냥 남들보다 스트레스에 취약한 것뿐일 게다

(그게 그 말이겠지만)


한쪽눈이 언제 정상이 될지는 모르겠다.

은퇴하는 그날까지 죽을 때까지 이럴지도 모르지

이제는 당뇨와 함께 한쪽눈이 안 떠진 채로 잘 사는 방법을 연구해야겠다


정신병자면 어떤가. 약 먹고, 하루하루 품팔이해서 돈 잘 벌면서 잘 버티면 된다.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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