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식구들이 주말에 온다

by 지망생 성실장

어쩌다 보니 주말에 시어머님과 시누들이 오게 되었다.

맏며느리이자 외며느리인데

항상 집이 지저분하고 애들 밥 해줄 시간도 없이 사는데, 시댁식구들을 집으로 모시는 것은 큰일이라 거의 일 년에 한 번 겨우 우리 집에 모일까 말까 한다.

신혼 때 섭섭한 것들 생각하면 우리집에서 안 모이는 것이 아무렇지 않다가, 매번 시어머님과 시누집에서만 모이는 게 미안하기도 하고, 이런 부분에서는 복잡한 마음을 가지고 있긴 하다.


그나마 예전에는 집에 모시려면 장도 봐야 하는데 장 볼 돈이 없어서 우리집에서의 모임을 안 하는 것에 뻔뻔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고급은 아니어도, 간단한 식사 대접을 할 정도로 돈은 있기에 좀 생각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어쨌든 주말에 사위들 빼고, 시누들과 시어머님이 우리 집에 올 일이 생겼다.

점심은 중국집에서 대접하고,

저녁은 그래도 요리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벌써부터 약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청소는 어디부터 어디까지 해야 할지

점심 대접하고, 커피는 사들고 오면 되는데

과일이나 떡 빵등 간식거리와 저녁메뉴는 어떤 것으로 준비해야 할지

너무 오래 요리를 안 했어서 실력도 자신 없고, 그렇다고 저녁까지 사 먹기에는 죄스럽고...... 밀키트로 해도 될까? 흠이 될까?


거진 한 달간 청소 안 한 화장실부터

이사 오고 청소기 외에는 물걸레질 한 번도 안 한 집안 바닥도 신경 쓰이고

엉망진창인 냉장고와 베란다도 정리 청돈 청소를 해야 할지 눈감고 모른척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방금 시어머님이 동영상 하나를 가족 단톡방에 올리셨다.


생전 시아버님 살아계실 때, 우리 집에서 시아버님 생신을 한 적이 있는데

그날 찍은 생일축하합니다 노래 부르는 영상이었다.

영상 속 아버님은 매우 기분 좋은 흐뭇한 미소를 띠고 있었고, 온 가족이 다 같이 노래를 부르고 깔깔 웃던 영상이었다.

우리 집이었다.

나는 잊고 있었는데 어머님은 기억을 하고 계셨나 보다.

그날 좋아하셨었구나, 아들네서 잔치가 매우 좋으셨구나.

나는 그냥 힘들었던 것만 기억하고, 그냥 다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죄송스러웠다.


아들네에 오고 싶어도 눈치 보느라 잘 못 오시는 것을 알면서도

섭섭했던 것들도 생각하며 외면했었는데,

그래도 이렇게 아들네 오시는 것을 좋아하시는데

자주는 못 모셔도, 일 년에 한 번은 좀 야박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일요일에 오는 시댁식구 모임에 살짝 스트레스가 오려고 했는데

영상을 보내신 시어머니 마음을 생각하니

정말 죄송스러워졌다,


며느리 도리는 모르겠지만

아들네서 모여서 좋았다는 그 마음은 알았기에

최대한 스트레스받지 말고, 편하게 모시려고 한다.


어려운 사람 온다고 속상해하지 말고, 흠잡힐까봐 전전긍긍하는 마음도 최대한 뒤로 미루고

그냥 남편 어머니가 아들네 놀러 오는 거니까

나도 편안하게 응대하고, 그냥 그 시간을 즐기기로

그 정도는 대접받으실 자격은 있는 분이니까


마음을 편하게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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