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아주 가끔 다음 메인에 걸릴때면 좋은 감정과 불안함이 함께 든다.
내 글을 읽고 공감해주시는 분들께 감사함과 내가 별종이 아니구나 하는 안정감이 가장 크긴 한데,
시댁욕과 남편욕과 자극적인 표현들이 있다보니
남편이나 시댁 식구가 이 글을 읽고, 내가 쓴 것을 알게되면 얼마나 속상해할까
집안에 먹칠이다 할 까봐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브런치 글이 널리 읽히길 바라면서
내가 누군지는 아무도 알지 못하기를 함께 바라는 감정이 뒤섞이곤 한다.
남편은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고
몇 번 다음 메인에 올라갔다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읽지 않고 있다.
분명 본인 욕이 대부분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봐서 뭐하냐. 아내의 정신건강이 좋아지면 그걸로 됐다.
심정인 것 같다.
그러다
어제 남편이 내 글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얼마나 노골적으로 욕을 썼을까 싶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며칠전에 자면서 정말 오래간만에 큰 소리로 잠꼬대 욕설을 했다고
"000씨발새끼!" 하면서 남편 이름과 쌍욕을 질렀다고 했다.
간만에 잠꼬대 욕을 들으니 기분이 안 좋으면서
신혼초에 자신이 잘못한 것을 이제는 잘 알고 있고
사과를 그렇게 많이 했는데도
용서를 받지 못한 것이냐며
지금은 잘 하지 않느냐
언제 용서해줄거냐
100살이 되어도 신혼초의 잘못을 이야기할 거냐 라고 묻는다
용서 받지 못하는 거냐고
신혼초 남편은 정말 말도 안되는 잘못을 했었더랬다
대표적으로 "내 부모가 아닌데 장인장모에게 왜 아버님 어머님 해야하지?"
라는 것부터 시작해서 구구절절이 말할 것들이 많다.
하지만 사실 지금은 많이 잊어버린 것이 사실이다.
그 동안 남편은 이혼을 요구하는 내게 사랑하니까 못 놔준다며
사과하고 정말 많이 바뀌었고, 정말 많이 노력했다.
그리고 나는 어느정도 마음이 풀렸고, 사실 많이 용서를 했다.
시댁도 마찬가지다.
여러 섭섭함이 많이 있지만,
어쨌던 내 새끼들을 손주로 예뻐해주는 것 하나로 많은 부분 섭섭함이 사라진 것이다.
( 딴 말이지만, 난 내 친정 엄마 아빠에게 아직도 섭섭한 것은, 아들이 없다는 죄로 평생 죄인으로 사셨던 것이 지금도 섭섭하다. 친정의 할머니가 엄마 시집살이 시키면서 나와 언니를 작은집 아들과 비교하며 차별하던 것을 생각하면, 내가 친정 부모였다면, 다른 것은 몰라도, 내 새끼(손주)까지 차별하며 인정 안해주는 것은 못 견디고 연을 끊었을 텐데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효자 효부였단 친정 부모님은 내가 26살에 할머니가 돌아가실때까지 아들 없는 죄인으로 사셨고, 지금도 마음 속 깊이 장손인데 아들이 없는 죄인으로 인식하고 계신다.
그래서 나는 시어머니가 내게 아들 타령을 안하고, 딸만 둘 낳았는데도 불구하고, 내 두 딸을 사랑해주시는 것만으로 많은 부분 나에게 했던 섭섭함을 잊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편이 내 글을 읽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나는
이정도면 대한민국의 "평범한" 남편과 시어머니이기에 용서를 했을 뿐,
아직도 대한민국의 결혼에서 여성에 대한 불합리함을 다 용서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위는 처가에서 대접받고
며느리는 시댁에서 설거지하고
명절은 무조건 시댁부터 가야하고
결혼하고 남자는 책임감이 커졌다고 회사에서 좋아하지만
결혼한 여자는 "곧 임신과 출산과 집안일에 대한 과부하로 일에 지장을 주겠지" 하는 시대 상황과
남자는 하던 일만 더 열심히 하면 되지만
여자는 집안의 대소사와 가사노동과 육아에 허덕이는 것이 현실인
이 사회를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남편과 시댁에 대한 섭섭함은 많이 풀렸지만
결혼 자체는 정말 실패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결혼 전에는
철없고, 풍족한 삶을 살았지만
결혼 후에는
철은 들었고, 현실을 알며, 궁핍하고 불안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인격적으로 사회적으로 현실적으로 성장한 것은 감사하나
궁핍하고 불안정한 삶때문에
게다가 나에게만 주어지는 책임감 ( 가사 / 육아 / '맞벌이!' ) 에 정신과 육체가 너덜너덜 해졌다.
그래서 계속 결혼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쓸 것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해야하므로 이혼은 안 할 것이기 때문에
굳이 남편이 내 글을 읽으며 불안해하길 바라지 않는다.
남편이 내 글을 읽으면
분명히 "그렇게 사는게 괴롭니? 그렇게 내가 싫으니? 그렇게 결혼이 힘드니?" 라고 물을 것이기에
그거랑 결혼 비판은 다른 거라고 말하기엔 또 너무 귀찮으니까
이래서 페미니스트 기혼녀는 사는게 쉽지 않다.
암튼
어제 남편이 언제 브런치에 쓴 글을 읽게 해주고, 책을 낼거냐고도 물었다.
나는 친정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이라고 대답했다.
진심이다.
친정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내 자식들이 35살쯤 되서 부모의 존재가 희박해질때쯤
진짜 내 안의 불만과 변태적이고 퇴폐적인 모든 것을 제대로 글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친정 부모님이 오래오래 살아계셔야하니
나는 우리 친정 엄마처럼 환갑에서나 책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때까지 남편은 내 글을 안 읽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