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다가오면서, 알게 모르게 또 스트레스가 쌓였나보다.
한쪽 눈이 다시 감기기 시작했다.
긴 연휴, 이번에는 사업 2개 모두 다 쉬기때문에 정말 푹 쉴 수 있긴 하지만,
장사도 안되는데, 연휴기간 쉬기까지 하면서, 돈이 안 돈다는 걱정과 함께 기혼녀의 고민까지 더해져서 다시 한쪽 눈이 감기기 시작한 것 같았다.
얼마 전, 남편과 모처럼 둘이 술을 한 잔 하면서, 술 김에 속상했던 것들을 다 말했었다.
그 중에 하나는
나는 명절 설거지가 아니 시댁에서 설거지를 비롯해서 일하는 것이 정말 싫다.
귀한 아들이 절대 하면 안되는 설거지라면
귀한 딸인 나도, 시누들도 다들 설거지 하면 안되는 것이다.
그러니 당신이 알아서 해라. 당신이 하던지, 시어머니가 하던지 나는 모르겠다.
라는 내 논리였다.
남편은 알았다고 말했고, 자기가 알아서 다 한다고 했다.
시어머니께 제사음식 준비하라고 20만원, 추석 용돈 별도로 20만원을 드렸다.
그리고 추석 명절 당일
늦잠을 자서 10시까지 가기로 한 것을 10시 30분에나 도착했다.
이미 모든 음식이 준비된 상태였다.
시댁 제사는 우리집 제사와 형식이 많이 다르다. 하지만 집마다 가풍이 있는 거니까 하는 마음으로 판단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런 점에서 교회다니는 큰 시누네는 기도를 하고, 우리가족과 막내 시누네는 절을 했다.
제사를 지내고 음식을 먹었다.
어머니는 큰시누가 무슨 음식을 했고, 작은 시누가 무슨 음식을 했고, 뭐는 사왔고 등등 먹는 내내 말을 하셨다.
네네 하면서 맛있게 밥을 먹었다.
상을 치우면서, 시누들은 커피를 사오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큰 사위는 시어머니 바로 위에 사는데, 집에가서 간식을 가져오겠다고 나갔고,
작은 사위는 우리 둘째와 본인 딸과 함께 본인집에 강아지를 보여주려고 나갔다.
상을 대충 치우고 설거지만 남았다.
남편은 화장실에 들어갔고, 나와 내 큰 딸은 티비를 보았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긴장된채 쇼파에 앉아 있는데,
두둥
시어머니께서 "며늘아 설거지 안할래?" 라고 말했다.
나는 "남편이 한데요" 라고 대답했다.
"오빠가 한데?"
"네"
시어머니는 그냥 입을 다무셨고, 화장실에서 나온 남편이 시계를 푸르며 설거지 준비를 했다.
"고무장갑이 맞으려나? 할 수 있냐?"
라는 시어머니 말씀에 남편은 "할 수 있지" 라고 대답했다.
조용한 집안에 남편이 설거지 하는 소리만 들렸다.
설거지 양이 많아서 꽤 오래 설거지를 했던 것 같다.
시누들이 커피를 사왔고, 나는 그 커피를 마시며, 큰 사위가 가져온 간식 빵도 먹고, 잠시 이야기를 하다가 작은 방으로 들었다.
그리고 까무룩 잠들었다.
시어머니가 이불과 베게를 가져다주셨다.
그렇게 한 3시간은 잔 것 같다.
잠에서 일어나서, 잠시 후, 남편이 친정에 가자고 했다.
3시쯤 일어나서, 친정으로 갔다.
친정에서 안마의자에 쉬고, 밥 먹고, 친정 설거지는 식기세척기로 했고, 놀고 자고 9시쯤 일어나서 집에왔다.
남편에게 수고했다고 말했다.
남편도 나에게 수고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다음 제사에는 제사비 10만원만 드리고, 전, 잡채, 나물을 우리가 사간다고 하자고 해야지
그게 시어머니가 조금이라도 쉴 수 있게 해드리는 것 같고, 뭐라도 티가 나지
돈만 드리니 티가 하나도 안나서 좀 그렇다고 말해야 겠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암튼 시어머니가 예전처럼 설거지 안 한다고 소리 지르고, 감히 아들을 시킨다고 큰 소리 내고 하지 않아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큰소리로 뭐라고 하신다고 해서 내가 할 것은 아니지만
좋은 날 큰소리 나는 것이 가슴 두근거리는 스트레스 이니까.
올해는 일단 다 끝났으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