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엄마 시는 내가 불태웠지

by 지망생 성실장

얼마 전, 딸내미가 친정엄마(외할머니)에게 시를 보여주었단다.

친정 엄마는 '어쩜 너도 네 엄마 같은 것을 적는구나. 네 엄마 시는 내가 불태웠었는데.'라고 말씀하셨단다.

아마 진짜 불태웠을 가능성이 높다.


엄마는 19살에 등단을 하고, 나랑 둘이 나간 백일장에서도 엄마만 상을 탔었고, 나이 60에 다시 등단을 했다.

시를 어디에 냈다 하면 다 상을 받는다.


그런데 사실 나는 엄마 시를 잘 이해를 못 한다.

엄마 시는 너무 예쁘다.

미화된 시처럼 보인다.


암튼 나는 용기 내서 나간 백일장에서도 한 번도 상을 탄 적도 없고, 결국 등단도 못했다.

교수님은 칭찬을 해주셨지만 나는 열심히 문학을 하기보다. 그냥 열심히 평범히 사는 길을 택했고,

만년 지망생, 쬐끔 고급 독자, 그냥 문학을 좋아하는 이로 남아버렸다.


가끔은

친정 엄마가 내 시를, 내 소설을 불태우지 않았더라면. 그렇다면.

나는 등단을 하고, 글 팔아서 먹고사는 작가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곤 한다.

하지만

가족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고

평범하게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부터가 예술가로서는 글러먹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남편만 봐도

집에서 나와

옥탑방, 반지하 생활을 하며, 음악을 한 사람이기에.


지금 나는 딸아이도 잘 이해가 되고, 엄마의 마음도 잘 이해가 되는 상황이 되었다.


아직 아무것도 아닌 중2의 시를 보면서

작가도 뭣도 아닌 내가 평을 한다는 것이 웃기지만

딸내미는 내가 엄청난 대작가인 듯

항상 기대를 하며 내게 글을 내민다.


문학이 예술이 좋고, 잘하고 싶고, 무엇보다 가족, 특히 엄마에게 본인의 예술적 잠재력을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너무나 잘 이해가 된다.

특히 그 누구보다 엄마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이 옛날의 나 같아서 더 가슴이 아프다.


반면에

적어도 내 눈에는 딸아이의 재능이 아직은 특출 난 보이지 않고,

예술문학이 너무나 힘든 길이기에 이 길을 안 갔으면 하는 부모의 심정도 있다.


그래서 그냥 나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말해주려고 한다.

재능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재능만으로는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부모부터 시작해서 세상이 다 반대해도 줏대를 갖고 나아갈 생각이 아니면

함부로 도전해서는 안 되는 것이 예술이다.


또한 나는 엄마로서 일단 무조건 그 길을 반대한다.

경제적 궁핍부터 시작해서 온 세상이 심사위원인 길이 너무나 힘들기에


그리고 아이가 글을 보여주면 최대한 꼼꼼하게 읽고,

요목조목 문장 하나하나 짚어주며 피드백을 주려고 한다.


그런데 자꾸 완성본이 아닌 초안을 주기에 피드백을 주는 게 쉽지 않다.

게다가 꼭! 시험 때, 공부하지 않고, 글을 쓴다.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상관없는 창작욕구가 샘솟는 것은 만국 공통인가 보다.


그래도 혼내지는 않는다.

그저 귀엽다.

다 똑같구나.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똑같다.

정말 내 딸이다 싶어 그저 귀엽고 고맙다.


울 엄마도 내 시를 불태우지 않고, 조금만 다른 시선으로 봐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어릴 때는 그런 부모님께 감히 섭섭해하지도 못했는데

애를 낳고서는 그렇게 섭섭했었다.

하지만 또 16년이 지난 지금은

아무리 섭섭했더래도

내 손주에게는 그 정도로 객관적이지 않고, 나름 좋은 말 해주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니

다행이다 싶으면서

엄마에게 섭섭했던 마음이 거의 사라졌다.


그렇게 나도 부모가 되고, 부모를 이해해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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