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김치찌개

by 지망생 성실장

작년이었다.

큰 딸이 중학교에 입학하고 2학기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었다. 딸아이는 인생 첫 시험을 앞두고 긴장을 많이 했었다. 공부도 제법 열심히 하면서 매일 힘들다고 징징거렸다.

반면에 나는 내 시험이 아니니까. 밤 12시, 1시가 되면, 방에 들어가라고, 엄마 아빠 티브이 보고 놀아야 한다고, 공부를 낮에 했건 안 했건 들어가 자라고 했다. 아이는 다른 부모는 공부하라고 한다던데, 공부한다는데도 자라고 한다고, 무슨 부모님이 이러냐고 툴툴거렸다. 그래도 우리는 엄마아빠 19금(왕좌의 게임) 보면서 놀 거니까 썩 방으로 꺼지라고 꿋꿋하게 애 공부를 방해했다.


그래도 엄마로서 양심이 있었기에, 엄마가 뭐 해줄까?라고 시험 직전에 물어봤다.


큰 딸은 시험날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아침으로 먹고 싶다고 했다.

돼지고기 김치찌개? 김치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둘째가 매운 것을 아직도 잘 안 먹기에 김치찌개는 진짜 일 년에 한두 번 할까 말까 한 메뉴였기에, 좀 놀랐다.

그래도 먹고 싶다고 하니 군말 없이 해준다고 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문제지, 김치찌개는 만들기 세상 제일 쉬운 음식이다.


첫 시험날 아침 일어나 돼지고기를 엄청 많이 넣은 김치찌개를 끓이고, 계란프라이도 하나 해주고, 사과도 반개 깎아주었다.

아이는 공부하면서 아침밥을 든든하게 먹고 학교에 갔다.


그날 시험을 마친 아이가 "나 시험 잘 봤어요. 김치찌개가 도와줬나 봐. 앞으로도 시험 앞두고는 꼭 김치찌개를 해주세요. 내가 오늘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먹고 시험 잘 봤다고 했더니, 친구들도 모두 내일 돼지고기 김치찌개 먹고 온데."라고 말했다.


학원을 가든지 말든지, 숙제를 하든지 말든지, 소풍에 도시락을 싸는지도 잘 모르는 엄마인데, 고작 그 김치찌개 하나로 고마워하고 만족해하다니 큰애가 불쌍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엄마 노릇을 했다는 점에서 어깨가 으쓱해졌다.


그 후로 김치찌개는 일 년에 4번 큰 아이 시험에 맞춰서 꼭 하게 되는 특별식이 되었다.

그때 외에는 아무도 찾지 않기에 특별한 기간에 먹는 특식이 된 셈이다.


오늘도 큰 아이가 다가오는 월요일 화요일이 시험이라며 김치찌개를 잊지 말라고 했다.


나는 쿠팡으로 돼지고기 앞다리살 제일 비싼 것과 두부 한모를 주문하고, 김치 냉장고에 쉰 김치를 확인했다. 만들기는 어렵지 않다. 그저 물에 김치랑 돼지고기랑 두부를 넣고, 비법으로 멸치 다시다 한 스푼만 넣고, 오래오래 끓이기만 하면 되니까.


무슨 갈비찜 같은 것을 요구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온라인 장보기를 마쳤다.


그저 감사할 뿐이다. 이렇게라도 엄마 노릇을 할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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