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처음에는 친정에서 전철로 3시간 걸리는
양평 저어쪽 끝에 횡성과 붙어있는 시골에 살았다.
너무 외로웠다.
운전을 못하니 시골에 갖혔고, 임신과 출산등 산후우울증도 엄청 왔었다.
2년만에 시골집을 처분하고 겨우 서울로 나왔는데
어린이집 보내고 일하려는데
바로 앞 동에 사시는 시어머니께
"어린이집을 보낼 건데요. 만약 수족구 등 걸려서 어린이집 못가면 그럴때만 백업 해주실 수 있을까요?" 라고 여쭤봤었다. 원래 시누네 아들을 봐주시던 어머니는, 우리 애도 봐주신다고하셨고, 시골집을 팔고 이사간다고 하자, 무조건 당신네 집과 가까운데로 와야 한다고 하셨기에, 당연히 그정도는 도와주실 줄 알았다.
하지만 난리가 났다. 어떻게 애를 봐달라고 하냐고......
결국 서울 온지 6개월 만에, 친정 옆 인천으로 이사를 왔다.
평생을 손주는 안 봐줄거라고 하셨던 친정 엄마는 괜찮다며 다 봐준다고 하셨고
그렇게 7년을 둘째까지 봐주셨다.
그런데 똘똘한 첫째와 평범한 둘째의 차이 때문인지
첫째를 좀 더 편애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서울 집값이 날뛰는 모양새라 둘째 입학에 맞춰 진짜 무리해서 서울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마침 코로나도 있고 해서 자연스레 친정과 멀어지게 되었는데.
2년 전부터 내가 정신과 진료를 받게 되었다.
정신과 다니는 것은 친정에는 비밀로 했는데, 친정 엄마는 내가 살림과 돈벌이 사이에 힘든 것을 눈치를 채셨고,
둘째가 아직 초등학생인데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고, 어미가 밥도 제대로 안 챙겨준다는 것에 화를 내시며
일주일에 1번씩 서울로 오시게 되었다.
사실 친정 엄마가 와서 청소해주고, 빨래도 해주시고, 반찬도 해주고,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애들 따순 밥 먹는게 정말 엄청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리저리 살림을 마음대로 정리해서 내가 두는 곳에 없거나 하면
불쑥 사춘기 어린애처럼 "나를 못 믿나. 나도 주부경력 15년인데, 내 기준으로 효율적으로 정리해둔 것인데 어쩜 이렇게 마음대로 건드리시나" 하는 감히 하면 안되는 불만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못된 딸이다.
게다가 딸들도 이제는 다 커서, 할머니 오시면, 끊임없는 잔소리들이 너무 싫다고
안오셔도 된다고
혼자서 게임하고 티비보는게 더 좋다고
밥은 먹고 싶지만, 그것보다는 잔소리가 더 싫다고 하는 지경이 이르렀다.
"오고 싶으실 때, 건강해서 오시는게 감사하지, 늙어서 기력 없어서 오지도 못하시면 얼마나 슬프니"
라고 말을 하면
애들도 "그건 너무 슬프지, 할머니 밥이 맛있긴 하고. 우리도 할머니 할아버지 좋긴 하지." 라고 대답은 하는데.
친정 엄마 친정 아빠도
용돈도 주고, 밥도 해주는데, 이제는 인사도 설렁하고, 앉아서 조잘대지도 않고
티비만 보다가, 조용히 먹고, 바로 학원가는 애들에게
반가워하지 않는다고 섭섭해하신다.
결국 엄마에게 이젠 오시지 않아도 된다고
날도 춥고
애들도 학원이 더 바빠지니 죄송하다고
일단 오늘까지 오시고, 방학이고 하니 오시지 말라고 에둘러 말씀드렸다.
엄마는 그래도 딸 고생하는데 가야지 계속 말씀하신다.
김치도 가져다 줘야 하고
내가 안 오면, 집이 더 난장판이 되는데 안된다고
한쪽 눈을 못 뜨는 딸내미
더 자주 와줘야 눈을 뜨는 거 아니냐고 말이다.
엄마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 죄송하다
너무 못된 딸인 것 같아서 정말 속상하다.
그럼에도 사춘기 애들과 이제 80에 더 가까워진 부모님을 생각하면
더이상 고생시킬 수는 없다.
문제는 안오셔도 되요. 다음에 제가 자주 갈께요 라고 해야 하는데
자주 잘 자신이 없으니 말이 안나온다.
당장 애들도 엄마 아빠가 안오면
외갓집에 일년에 두세번 갈까 싶은게 현실이니
정말 못 오시면
손주 보고 싶어 상사병 나시지 싶다.
걱정이다.
그저 죄송스러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