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곡 낭독 모임과 비혼이 부럽다

by 지망생 성실장

작년에 알게된 '희곡 낭독 모임'이 있다.

책을 읽은 지도 오래되어 읽는 법도 까먹어가고 있던 중이기도 하고

성우에 대한 꿈도 조금 있어서, 존재를 알게되자마자 냉큼 가입을 했었다.


한 3번 정도 참석을 했는데, 너무 부끄럽게도, 마지막 모임때 술을 왕창 먹고 주사를 부렸다.

사실 나는 술자리를 엄청 좋아하는데, 결혼 후 16년동안 정말 이런 가벼운 모임의 술자리를 처음 가져본 것이었다. 그래서 흥분해서 빈 속에 주는 술을 다 받아먹고 주사를 부린 것이다.

남편은 연락도 안 받고 꽐라가되서 집에 돌아온 나를 보고 며칠을 화를 냈었다.

하지만, 이제야 그토록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참고 살았음을 이해하고, 그 후로는 종종 조금은 내가 혼자라도 술을 마시게끔 허락(?) 해 주었다.


암튼 대학을 졸업하고, 주사를 부린 적이 없었기에

나이 마흔 중반에 추태를 부린 것이

세상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었다.

브런치에 글을 못 올릴 정도로 심각하게 부끄러웠다


주인장이 나를 탈퇴시킬까봐 엄청 마음을 졸였었다.


다행히 주인장은 나를 탈퇴시키지 않아주셨다.

하지만 내가 너무너무 부끄럽고, 바쁘기도 했고, 남편도 술쳐먹은 모임이라고 싫어하는 눈치라

1년 동안 잠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읽을 책이 '동백꽃 여인' 이란 희곡인 것을 확인하고

내가 좋아하던 작품이기도 하고

이제 1년이나 지났으니 괜찮지 않을까 하는

물의를 일으키고 조심스레 복귀하는 연예인같은 심정으로

참석의사를 밝혔다.


주인장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주셨고

그렇게 1년 만에 희곡 낭독 모임에 참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모임은 정말 재미있었다.

여자 셋이서, 연극 대본을 읽고, 읽은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뭔가 지적 허영심이 채워지기도 하고

내 굶주린 사회성이 채워지기도 한 모임이었다.


이렇게 관대히 내 과오를 잊어주시고 받아들여주시다니 그저 감사할 때름이었다.


모임 장소는 40대 비혼인 여성 주인장이 혼자 사는 집이었는데

소박하고 정갈하고 예뻤다.


갈 때마다 느끼지만 혼자 살기 딱 좋은 집이였고,

정말 부러웠다.


혼자서 열심히 일하고, 좋아하는 모임을 주도하고, 좋아하는 문화생활을 만끽하며,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는 삶.

명품가방 하나 없다 해도

나는 그저 진심으로 부러웠다.


결혼해도 그렇게 살 수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겪고있는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불가능하다.


부부의 생활이란

적어도 내 고루한 기준으로는 일상 하나하나를 공유해야 하기에

혼자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배려와 합의가 필요하다.

게다가 미혼일때는 선택이었던

각종 집안 행사가 기혼이 되면 양가 모두 의무가 된다.

아이를 낳기라도 하면

아이는 24시간 365일을 평생을 자기만 보기를 원하므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란 정말 쉽지 않다.

모르겠다 내가 돈이 없어서 그랬는지도, 하지만 돈이 있다고 해서, 아이와의 시간을 덜 보내도 된다는 뜻은 아니기에, 무엇보다 시간 때문에

미혼의, 혼자사는 삶의 자유와는 확연히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

기혼의 삶인 것이다.


나도 모르게 모임 내내 부럽다 부럽다를 반복했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지금의 비혼을 지켜달라고 했다.

그러나 아직 결혼에 대한 생각이 있는 그들은 그저 웃으며

유부녀의 재미없는 유머라고 생각하고 흘려듣는 듯 했다.


하지만 진심이다.

혼자 먹고 싶음 먹고, 자고 싶음 자고, 연극가고 싶음 가고, 책 읽고 싶음 읽는

그 삶의 자유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주인장이 오래오래 혼자여야

이 보석같은 모임이 오래 유지될테니 말이다.


이제는 한달에 한번은 꼭 모임에 참석하리라 다짐했다.

정말이지 머리를 맞대고 함께 책을 읽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세상 사람들이 다 알았으면 좋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운전면허증 갱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