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이런 생각했을까?
직장에서 인정받아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아서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나 혼자 회사에 남아, 팔을 걷어 부치고, 일하는 모습!
그리고 프로젝트를 성공해서 칭찬받고 인정받고 인센티브도 받는 모습!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20년 전, 첫 회사에 들어갔을 때,
그래서 일부러 늦게까지 퇴근을 안 한 적도 많았다.
그냥 제일 먼저 출근하고, 제일 늦게 퇴근하고 싶었다.
그래서 아주 잠깐 기자 생활을 했을 때는
거짓말 안하고, 정말 2주 내내 집에도 안 가고 일을 한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일을 잘 해서, 중요한 역할이어서, 할일이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정말 겉멋(?)으로, 정말 일을 못해서 회사에 짱박혀 있었다는 것이 맞는 말이긴 한데
정말 그때는 열심히 일하는 내 모습에 취해서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나는 열심히는 하는데, 잘하지는 못하는 인간이었다.
그래도 성실함과 젊음과 번드르르한 외모와 말빨로
백수는 면했지만......
한 직장에 오래 있지는 못했다.
그저그런 좃소를 전전하다가 결혼하고 전업이되고, 애를 낳고 나서야
돈이 절실해지고 나서야.
구체적으로 "내가 다니는 회사가 어떻게 돈을 벌어, 나에게 주는 지를 이해하게 되었고"
그때서야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지가 보였고,
결과적으로 그때서야 회사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문제는 애기가 있어서 내 로망인 진짜 일을 하기 위해서 야근이나 주말 근무를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내 로망인
멋지게 야근하는 근로자의 모습을 결국 해보지 못했다.
그러다 남편의 꼬드김에 넘어가
남편과 사업을 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밥먹듯이 새벽 1시까지 일을 한다.
이건 내 사업이기에, 내 로망인 야근과는 좀 결이 다르다.
내가 사장이기에
아무도 칭찬해주지도 않고
때론 '진짜 일 잘하는 사람은 근로시간내에 할 일을 마치는 건데.. 내가 일을 못하니 늦게까지 일하게 되는 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무엇보다.
애들에게 미안하다.
그나마 오늘은 밥이라도 해놓고 와서 좀 덜한데.
둘째도 다 커서 엄마가 몇시에 들오는지 마는지 신경도 안 쓰긴 한데
그래도 미성년 자녀를 둔 애기 엄마로서
죄책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애들만 없었어도,
야망이 있던 나는
새벽까지 일을 마치고, 포장마차에서 오뎅에 소주한잔 빠르게 흡수하고
뿌듯하게 집에 갈 수 있을 텐데.
이렇게 일해도 인센티브 주는 사장도 없고
포장마차도 근처에 없고
( 요즘엔 포장마차 진짜 찾기 힘들다 )
애들 때문에 죄책감만 들고
야근하는 일이 버겁게만 느껴진다.
장사가 좀 더 잘 되면 일한 보람이 느껴질까
애들이 성인이 되서, 부모가 열심히 산 것을 알아주면 뿌듯할까 싶다.
아무튼 매일 야근을 하긴 하니까
로망이 이뤄진거라고 우겨야 하나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