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고 심심하지 않아? 엄마가 갈까?

by 지망생 성실장

25년 12월 22일 월요일 새벽 4시 30분

지금으로부터 약 38시간 뒤면, 나를 뺀 가족들이 일본 여행을 간다.


이번 여행에 내가 빠지는 이유는

1. 사업장을 비울 수 없다.

2. 나는 일본이 싫다. 특히 짜기만 하고 모양만 좋은 일본 음식은 진짜 최악이다.

3. 가족들하고 떨어져서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소원이었다.


이렇게 3가지를 들 수 있다.


몇 년 전까지,

내 소원은, 결혼 10주년 기념일에 나를 뺀 가족들이 하와이에 한 달 가서 사는 것이었다.

그만큼 혼자 있고 싶었다. 애 둘 데리고, 돈 벌고, 집안 살림하던 시절이었다.

남자들이 다시 군대 가는 꿈을 악몽으로 꾼다고 하던데,

나도 그 시절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지금도 어린 아기들 데리고 가는 애기 엄마를 보면 (그들은 행복하겠지만) 나는 측은해 보여서 눈물이 난다.


애들이 다 자란 지금은 가끔 밤 늦게 혼술도 하고, 친구들 만나도 보채지 않고, 애들만 두고 여행을 가도 괜찮아졌기에

예전만큼 혼자의 시간을 크게 바라지는 않는다.


대신, 이제는 '혼자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졌다.

내가 인정한 자리에 물건을 두면,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공간

내가 치우고 정리하고, 아무도 그것을 옮기지 않는 공간에서 혼자 고용함을 듣고 싶다.

그래서 지금의 내 소원은

애들 다 키우고 독립하면, 나도 독립해서, 나 혼자 사는 것이다.

4인가족이 각자 자신의 집을 갖는 것, 경제적으로는 참으로 비효율적이겠지만. 모든 구성원이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암튼,

오래전 소원이 이번에 3박 4일 동안 이뤄진 것이다.

나만 뺀, 가족 구성원 모두가 3박 4일 여행을 가니까.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두근거리지는 않는다.

남편 없이 사업장 2개를 혼자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 때문일까.

꼭 전쟁터에 혼자 남아 벙커를 지키는 심정이다.


또 요즘 집밥을 하고 도시락을 싸는 것에 재미 들린 상태라, 사실 깜빡하고 여행 간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음식 재료를 사둔 것이다. 나 혼자 뭘 해먹을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 재료들이 상할까 봐 걱정이다.


집안 구석구석을 좀 정리해둬야 하지 않을까? 하는 괜한 의무감도 든다.

애들 장롱 정리, 책들 정리, 베란다 정리, 내 옷장 정리 등등

가족들하고 있으면

정리하다가 밥 해야 하고, 정리하다가 빨래 널어야 하고 등등 자꾸 일이 생겨서 더 하기 싫었던 일들을

입 꾹 닫고, 혼자서 집중해서,

잔소리 안 듣고 사람 없을 때 버릴 것들 쫙 다 버리고, 정리를 깔끔하게 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하지만, 오늘 결정했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한다.

청소 도우미 분을 불러서, 청소만 간단히 하고

그냥 혼자 술 먹고, 배달 음식 먹고, 나 혼자만 보고 싶어 하는 영화 예능 보고, 대충 씻고, 자고 하려고 한다.


이 귀한 시간을 함부로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최대한 게으르게, 내 맘대로 뒹굴면서 보내야지!

ㅋㅋㅋ


그런데 자꾸 친정 엄마가 집에 오려고 한다.

무섭지 않냐고, 외롭디 않냐고, 밥 안 챙겨 먹으면 어쩌냐고

엄마가 와서 놀아주고 밥 사준다고 한다.


엄마! 나 마흔다섯 살이에요.

이제야 겨우 17년 만에 혼자 좀 있어보는 거예요

절대로 오지 마세요!라고 단호하게 말하니

섭섭해하시는 눈치다

'그래! 나는 아빠랑 둘이 재밌게 놀 거다. 안 간다. 흥!'

이러시는데,,, 웃음이 났다.


엄마는 쉬는 게 친구들 만나서 여행 가는 스타일이고,

나는 친구들 만나고 오면, 최소 3시간은 입 다물고 쉬어야 하는 스타일이고

엄마는 아직도 그런 나를 이해를 못 하고 ㅋㅋㅋ


아무튼 귀한 시간이 생겼다.

소중한 나만의 시간, 그리고 나만의 공간.

평생 꿈꾸던 기회이다.


아쉽게도 출근은 해야 하지만

이 기회를 알뜰하게 게으르게 보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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