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은 동생이다

by 지망생 성실장

친정언니가 갑자기 20만원을 보내왔다.

오늘 밤에 애들이랑 남편만 일본 여행을 간다는 소식을 듣고, 애들 용돈 보내준 것이라 생각했다.

'왜이리 많이 보냈어. 뭐 사올 것도 마땅치 않은데 아이고 고마워'

라는 대사를 준비하며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언니는 내가 준비한 말을 하기도 전에

'애들 일본가니까, 너를 위해 준비했어. 너 혼자 먹고 싶음 것 실컷 먹어. 네 용돈이야.'

라고 말을 해줬다.


아이고....

이런 감사함이.


언니랑은 2살 차이가 난다.

서로 무뚝뚝한 성격이고, 살가운 성격도 아니라서 정겹게 논 기억도 별로 없다.

무엇보다 자매들은 옷이나 화장품으로 잘 싸운다던데,

우리는 덩치 차이가 많이 나서 옷을 같이 입지도 않았고, 욕심없는 성격이었기에 물건을 가지고 싸운 기억도 그닥 없다.


데면데면하달까??


그래도 언니는 날 잘 챙겨주었다. 기본적으로 챙겨줘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

언니 친구들 모임에 날 데리고 가준 적도 있고,

대학생이 되어 화장을 시작할 때도 조언도 해줬고,

좋은 것을 보면 나눠주기도 했다.

결혼 선물도 200만원짜리 쇼파도 사줬고

조카들도 탄생부터 지금까지 꼬박꼬박 잘 챙겨주고,

큰애가 중학생 되면서부터는 국어 학원 선생님인 언니는 시험때면, 나보다도 더 잘 큰애 시험을 챙겨주고 있다.


그래도

언니가 날 아낀다는 것을 제일 많이 느낀 것은,

내 남편, 언니의 제부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아챘을 때였다.


언니는 아직 미혼이다. 26년에 결혼을 한다고는 하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런 언니는

내가 결혼할 남자, 지금의 남편을 데려왔을 때

'고물차라도 차가 있고, 시골집에 대출 만땅이어도 집이 있고, 돈도 못 버는 직업이지만 직업이 있긴 있고

전반적으로 과락까지는 아니네.'

라는 명언을 날렸었다.


문제는, 내가 진짜 몇년을 고생을 하면서,

그 모든 것을 서슴없이 언니에게 다 토로하면서 부터였다.

언니는 진심으로 동생을 고생하게 만든 제부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서로 편할 사이는 아니고, 예의를 차리는 것이 맞기도 하고, 1년에 부모님 생신과 명절 딱 4번만 보는 사이긴 하지만

그 눈빛으로부터 남편은 '처형이 날 싫어한다' 라고 느낌이 온다고 했다.


사실, 언니가 제부를 미워하거나 속상해하는 것에는

나불댄 내 주둥이가 문제였기에, 나도 할 말은 없었다.


그러다 서울로 이사오고, 내가 좀 살림이 나아지고, 남편과 사이가 좀 좋아지면서부터

언니에게 남편 칭찬을 조금씩 했다.

그랬더니

이제야 남편 생일에 선물도 보내주고 제부를 좀 인정하기 시작하기 시작했다.

남편도 처형 눈빛이 좀 온화해졌다고 말해줬다.


미혼이라, 기혼의 푸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여주는 언니가 고마웠었다.


결국

언니는 동생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그런 언니의 마음이 이번 용돈에서도 나타났다.

여행을 가는 동생의 가족들은 둘째고

동생부터 챙기는 마음이란......


기혼이건 미혼이건

역시 동생은 언니를 못 따라가나보다


그런데 왜? 카톡으로

'혼자 외로우면 나 모처럼 회사 쉬니까 불러'

라고 말하지?

나 혼자 있고 싶은데......

이제야 혼자 진정한 휴가를 겨우 3박 4일 보내는데.

ㅋㅋㅋㅋㅋㅋㅋ


언니가 준 용돈으로 뭘 할까?

뭘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이히히히 벌써부터 매우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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