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3일은 역시 너무 짧다

by 지망생 성실장

남편과 애들이 여행가고,

나 혼자 3박 4일을 보냈다.


회사도 안 나가면 좋았겠지만, 휴가가 없는 사장이기에, 사업장은 최소한으로 꼬박꼬박 나갈 수 밖에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래도 사무실도 나 혼자.

집에서도 나 혼자.

성공한(?) 독신 커리어우먼처럼 지낼 수 있다는 생각에 엄청난 기대를 했었다.


친정 엄마. 친정 언니, 딸아이친구엄마 등등

외로우면 연락하라고들 했지만

철저히 혼자이고 싶어서, 그냥 아무도 안 만나고 정말 철저하게 혼자 있었다.


아침 11시에 기상

11시 30분에 출근

5시까지 근무

6시에 집에 귀가

그리고 잠을 잤다.

자고 자고 또 잤다.


어께에 담이 올 정도로

허리가 아플 정도로 4일 내내 정말 원 없이 잠을 잤다.


배도 안 고팠지만, 입맛도 없었지만

이럴때 아니면 언제 나만 먹고 싶은 것을 먹나 싶은 마음에

억지로 찜닭, 아구찜 등을 시켜서

실컷 먹었다.


그리고 정말 또 잤다.

자고 자고 또 자도 잠이 잘 왔다.


어둑한 조명

따뜻한 온도

고요함

적막함

공허함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너무너무 조용해서 배경 음악으로 클래식을 틀어놓을 정도였다.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 나흘째 애들이 온다고 하니

마감이 닥친 사람처럼 애들 오기 전에 한 숨이라도 더 잘려고 그냥 눈 감고 누워있기까지 했다.


결국 때가 되어 애들과 남편이 왔다.


남편이 오고 하루만에 큰 소리로 또 한바탕 싸우고

5일만에 애들 밥과 우리 부부 도시락도 만들고

애들이 학원 오갈때마다 전화해주고 나니

이제야 다시 현실이 되었구나 실감이 난다.


큰애는 몇번이고

"엄마 내가 없어서 너무 조용해서 외롭고 심심했지? 나 보고 싶었지? 무서웠지? 내가 말 많이 해줄께" 라면서 재잘재잘 쉬지 않고 떠드는데

정말 귀엽고 입을 꼬메고 싶다.


인생에서 완전 처음

내 집에, 나 혼자 있어본 이 경험에 따르면

나는 정말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고.

그리고

정말 게으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정말 혼자 살이가 결정되면, 살림에 취미를 두거나. 아님 동오회 같은 모임이 있지 않으면

사람이 우울해지기 쉬울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다.


칙칙하고 우울하고 바삭하게 부서질 것 같은 독거인이 되고 싶지 않으면

한없이 늘어지면 안되고, 뭔가 스스로 찾아서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아마 혼자 살면, 요리나 청소 등에 취미를 붙이지 않을까?

외부 동오회는 뜨개질이나 독서모임 정도 할 것 같고......


암튼 혼자 살이도 정말 멋지게 사려면 쉽지 않을 것 같다.

나야 이번에 휴가같은 짧은 혼자 살이였으니까 마냥 늘어지고 게을러졌지만.

죽을때까지 혼자 산다고 생각하면

그것대로 각오를 해야 하지 싶다.


뭐든 쉬운 것, 그냥 되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암튼 정말 꿀 같은 3박 4일이었다.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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