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쓰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가 안되네

by 지망생 성실장

며칠 전, 남편과 엄청 싸웠다.

포도알을 모으네, 곧 합방을 하네, 사랑하네 마네 낄낄대고 웃었던 것이 무색하게

고래고래 소리 지르면서 싸웠다.


요즘 수학에 빠져 새벽까지 공부하던 큰 딸이 나와서,

정말 동네 창피하다며, 속상하다며, 차라리 나가서 현피를 뜨라고, 정말 이혼할꺼냐고

속상해하며 우리를 혼냈다.


그래도 아빠로서는 멀쩡한 남편이, 큰애에게 사과를 하며, 아빠는 이혼 안 할거니까 걱정 말라며, 미안하다고 몇번이나 사과를 했다.


그럼에도 엄마 자격이 부족한 나는

'니희들때문에 이혼 못하는거 아니니까. 너 때문에 엄마가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는 마. 돈 때문에 이혼 못하는거야. 그러니까 니들은 돈 잘 벌어. 아빠는 엄마가 잘해주고 사는게 불만 없으니까 이혼 안하고 싶겠지. 엄마는 아빠가 못해줘서 이혼하고 싶다!' 라는 해서는 안될 말까지 하고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안방 침대에 누워서 잠도 안오고 핸드폰을 하며,

애들 아빠가 큰 애에게 사과하는 말을 들으면서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


저 남자를 벌 주고 싶다.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 이 두가지 생각이 결합하자. 한가지 해답이 떠올랐다.

남편 카드로 쇼핑을 하자!

그럼 남편도 돈이 무서워서라도 나한테 잘 하겠지.

그 동안은 모아주지만 했지 써보지 못한 나인데

왜? 나도 돈 쓸 수 있고, 쓸 줄 알고, 너한테 돈 벌어오라고 할 수도 있지!

이런 생각에


쿠팡에 들어가서 열심히 쇼핑을 했다.


오랫동안 먹어보고 싶었지만 못 샀던

보리굴기 14만원어치 를 비롯해서

큰애가 좋아하는 말차케익, 둘째가 좋아하는 호두강정

빈 라면함을 채울 평소에는 몇백원 아까워서 안 사먹었던 비싼 감자면, 무파면, 비빔면 등등

대용양 반찬들과 과일을 담으니 30만원이 나왔다.


남편 카드로 3개월 무이자로 결제를 했다.


다음날부터 택배가 산처럼 쌓이기 시작했다. 3일에 걸처셔 온 택배 상자는 너무 많아서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날 까지 기다리기도 힘들어서 다음날 사무실에 가져와서 사무실 재활용함에 버려야 할 지경이었다.


그 와중에 시킨 것들은 모두 별루, 그냥 그랬다.

맛은 다 파는 맛인데, 양이 너무 많아서 냉장고가 꽉! 찼다. 누구 나눠주고 싶어도. 너무 싸구려 맛이라 아주 친하지 않은 이제 친해지려하는 이웃에게 나눠주기가 고민되는 맛이다. ( 내 입맛에는 그냥저냑 먹을 만 했지만)

제일 기대했던 보리굴비는... 굴비가 아니라 덜 말려서 조기에 가까웠다. 그나마 크기라도 커서 다행이긴 한데.. 비린 냄새도 생각보다 심하고, 굽지 않고 렌지에 돌려서 그런지 느끼하고.... 에휴...


며질에 걸쳐서 계속 택배가 오니

큰 딸은 무슨일이냐며 엄마 왜 안하던 짓을 하냐고 물어봤다.

내가 '돈 다 쓰고 파산하면, 니들이 먹고 살려고 더 열심히 공부하고 살아갈까 싶어서. 돈 다 쓰려고." 라고 했더니,

하나도 웃기지도 않고 감동도 없다며 한숨을 쉬곤 방으로 들어갔다.


남편은 도대체 뭘 산 거냐고 딱 한 번 물어보고는 눈치를 보며 암말도 안한다.


그리고 나는 쇼핑에 돈 쓴 것에 스트레스가 풀리기보다.

내용 정리와 '저걸 언제 다 먹지' 하는 고민과 택배 쓰레기 정리에 더더욱 스트레스를 받았다.


역시 나는 돈 쓰는 것에 재능이 없나보다.

차라리 근사한 것 한개를 딱 사두고

두고두고 보면서 '다음부터 나 건드리면 더 비싼거 살테니 알아서해!' 라는 본보기를 보여줬어야 했는데


예를 들면 다이슨 헤어 드라이기 같은 걸로...


이건 쫌생이처럼 쫌쫌따리 싸구려 먹을걸로 사느라

이리저리 고생만 늘었다.


게다가 말이 남편 카드지

어차피 그게 내돈인데.. 머......


부부싸움은 하고 나면 수습하는데 돈 들고, 시간 들고, 에너지 들고, 이젠 애들 눈치까지 보면서 살아야 하니

참 별루다.


그 와중에 어쨌던 나도 큰애에게 혼나면서 잘못했습니다 하고 사과를 했고,

둘째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도 했다.


그래도 큰애는 아직 화가 덜 풀린 것 같고.

둘째는 별 생각이 없으며

남편은 애들 눈치를 여전히 보고 있다.

( 심지어 오늘 큰애 생일이다 )


여러가지로 부부싸움은 해서는 안 될 것이 맞다.


하지만, 난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되면 참지 않을 것이다.

참을 수가 없다. 더 큰소리내고 더 지랄을 해서 사과를 받아낼 것이다.

남편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진짜 미안해할때까지

이혼을 못한다면

사과라도 받아내야지


난 엄마 자격이 없는 것 같다.

미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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