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의 칼은 자녀에게 향한다

by 지망생 성실장


얼마 전, 어마무시하게 부부싸움을 했다.

큰 소리가 오갔고, 험한 말이 오갔다.

새벽이었고, 애들이 잔다고 생각을 했지만, 자던 아이라도 잠이 깰 정도로의 고성이었다.


결국 큰애게 방에서 나왔다. 공부하고 있었는데, 이게 뭐냐고 우리를 혼냈다.

나는 방으로 들어갔고, 남편이 사과를 하고, 변명을 하고, 위로를 해줬다.


그렇게 며칠이 흘렸고, 남편이 화장품을 선물해주고, 나도 밥을 해주고, 어영부영 화해가 되었다.


사실 평소라면, 자리를 잡고 앉아서,

아이들에게, 왜 부부싸움을 했고, 그때 마음은 이러했고, 지금은 엄마 아빠가 '어떤 방법으로, 어떤 대화를 통해서' 화해를 했다. 그리고 정말 미안하다. 라고 정식으로 말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각자 따로 애들 한명한명에게 미안하다고 말을 한 것으로 퉁치고,

어영부영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어제 큰애가 갑자기 '엄마 아빠는 화해한거야?' 라고 온 가족이 있는 자리에서 물어봤다.

애 아빠가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 라고 하잖아. 화해 한 거지.' 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큰 애가

'그 칼이 나를 향하고 있으니까. 나는 아직 상처가 남아있어. 앞으로는 그러지 마세요.'

라고 대답했다.


아!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지만

그 싸움을 본 자녀들의 상처는 물베기가 아니구나.


내가 어렸을 때, 친정 부모님은 싸움을 하면, 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차가운 공기가 흘렀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한달씩 서로 말을 안한적도 있었다고 한다.

어린 마음에 나는 '차라리 대판 싸우던지, 집안 얼어붙게 며칠씩 답답하게 있는게 더 싫다.'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차라리 나는 다 보이게 대놓고 싸우는 것을 선택했는데,

우리 아이들은 그게 더 싫었나보다.


말을 안하고 냉각기를 같는 것도

마음 불편하고, 더 크게 나쁜 상상을 하게 되고, 눈치보게 되니까 불편하고 속상한 것도 맞고,

대놓고 고래고래 싸움을 하는 것도

그것대로 무섭고, 두렵고, 공포감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이렇게 싸우나, 저렇게 싸우나. 애들한태는 당연히 전쟁같은 무서움일 것이다.


어떤 프로에서, 부부싸움을 안 할 수 없으니, 부부싸움을 하고 꼭 화해를 애들 앞에서 하라고, 그렇게 잘 싸우고, 잘 화해하는 모습을 보이라고 해서,

나중에 화해하는 모습 보이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더 편하게 부부싸움을 한 것이 화근이었나 싶기도 했다.


사실, 이제 중3. 초6 으로 다 컷으니 편하게 부부싸움을 한 것 같기도 한데,

생각해보면 내 나이 마흔 다섯인데도, 친정 부모님 부부싸움을 했다고 하면, 이런 저런 걱정과 화, 슬픔, 두려움, 짜증 등이 나는 것을 보면

자녀는 80먹어도 애기인데 싶었다.


내가 내 사랑스런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싶어 매우 가슴이 아팠다.


"엄마 아빠야 대충 싸우고, 칼로 물베리가며 대충 화해하고 깔깔호호 하면 되지만,

그것을 지켜본 우리는! 나는! 내 마음은!"

이라고 말하는 내 자식들에게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나는 아이에게

"잘못했습니다." 라고 말했다.


다시는 안 싸우겠다는 말은 못하겠지만. 정말 잘못햇으니까. 사과를 했다.

그리고 다음 싸움은 이성적으로 싸움보다는 격한 대화까지만 하기로 다시 한 번 결심한 것이다.


그리고 화해는 정식으로 애들 앞에서 하고,

애들한테 몇번이고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빌어야겠다.


애들아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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