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친정 언니는 신이 났다.
많이 늙어서 하는 결혼이기에, 양가 모두 아주 기뻐하면서, 조금이라도 이 둘의 결혼에 방해가 되면 안 된다는 각오로, '뭐든 하고 싶은 대로 해라, 니들만 잘 살면 된다'를 도돌임표로 말하며, 축하해주고 있다.
그 덕에 스몰웨딩도 괜찮다. 식 안 올려도 괜찮다. 혼인신고만 해도 좋다. 처음 인사오러 오는 자리에 청바지를 입어도 된다. 심지어 결혼 전에 여행을 가도 된다!! 까지 아주 그냥 눈꼴시어 죽겠다.
나는 우리 집의 첫 결혼이어서, 성대하게 결혼식을 해야만 했고, 첫인사에 양복을 입어야 했고, 결혼 전날까지도 외박은 절대 금지였는데. 힝!
암튼 그래도 언니의 결혼을 나도 축하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이렇게 마음대로 결혼식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부러울 따름이다.
그런데, 언니는 전통적인 여성상이었음을 내가 깜빡했었다.
시댁에 인사 가서 설거지도 하고 오고,
결혼 전인데도, 제사도 가서 같이 일을 돕고,
이번 설에도 전을 잔뜩 부쳐서, 예비 시댁에 명절 아침부터 가서 차례를 같이 지내고 온다고 한다.
나는 그런 게 사실 잘 이해가 안 간다.
아무리 만혼이라 결혼에 신이 났어도, 그렇게 먼저 나서서 일을 하고 싶은가?
일에 치여 몸도 아픈데도 그러고 싶은가? 하는 마음이다.
언니가 원래 요리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굳이 시댁에 미리 그렇게 잘 보이고 싶은지는 이해가 잘 안 간다.
특히 '한때 시댁에 할 건 했던 나를 보면서, 배운 게 없는가?'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언니의 마음은 "나는 다르다. 내 남편은 다르다. 내 시댁은 다르다"를 기본으로 하기에, 동생을 보고 굳이 배울 필요는 없는 모양이다.
언니는 항상 언니였기에, 막내인 형부 따라 막내가 돼서 좋다고 한다.
'어린 여자를 아내로 맞았으니 네가 잘해야 한다.'라고 시어머니가 말해줘서 좋다고 한다.
'어린 여자애가 뭘 알겠니.'라는 말을 들으니 신나고 더 잘하고 싶다고 한다.
나는 원래 요리는 좋아하니까. 내가 좋아서 하는 거란다.
나도 그랬다.
시댁 가서 설거지나 요리를 돕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첫 만남에 직접 만든 쿠키를 가지고 가기도 했다.
이 정도면 평범한 시어머니이고 평범한 시댁이라고 생각하며 나도 평범한 며느리 노릇을 십수 년 했었다.
문제는 나였던 것 같다.
지금 봐도 사실 인터넷의 시짜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정도는 평범한 시댁일 텐데.
내가 평범하지가 않아서 문제인 것이다.
내가 페미니즘을 만나고, 나 자신이 견디기 힘들어서, 평범한 며느라기가 되지 않기로 선언하면서 집안이 시끄러워진 것이 사실이니까.
지금 결혼이란 환상에 젖어 생애 가장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 언니를 보며
지금처럼 평범하게 이쁨 받는 며느리로, 아내로 오래오래 화목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내 진심이지만,
겪어본 자로서, 언니가 알에서 깨어 힘겹게 투쟁을 하면 어떡하지? 싶은 걱정도 든다.
부디 언니는 평범하지 않은 좋은 시어머니와 시누들을 만난 것이기를
언니의 바람대로, 알콩달콩 같이 소꿉장난처럼 밥 해 먹고, 가사도우미 불러서 가사로 인한 부부싸움도 없고, 시댁에 잘해서 이쁨 받고, '복덩이가 들어왔다'는 소리 들으면서 사랑받고 살기를 바란다.
그게 살기는 좋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