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얼굴이 깜깜하다

감사일기

by 지망생 성실장

어제부터 남편의 얼굴이 시무룩하다.

왜냐고 물으니, 그냥.. 좋을 게 없지.....라고 한다.


"좋을게 뭐가 있어"

내가 항상 하는 말이다.

특히, 감정이 요동치고, 우울감이 확 올라올 때, 아침부터 기분이 촥 가라앉을 때, 하는 말.


그 말을, 남편이 하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나는 우울증도 감염병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우울한 내 감정을 밖으로 잘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전염시키는 것도 싫고, 말한다고 바뀌는 것도 없고......

하지만, 남편은 아이들은 가족이니까 티가 안 날 수가 없다. 그리고 어쩌면, 내 우울감의 원인의 대부분은 집안일 때문이기도 하고.


그래도... 감염시키는 것이 싫어서, 남편에게 내가 우울하면 최대한 멀리 떨어지라도 하기도 하는데.

이번 우울증에 남편이 감염된 것 같다.

그래 저 사람도 힘들겠지.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자식이 며칠 아파도 짜증이 나는데.

배우자가 맨날 힘들다. 못한다. 어렵다. 지친다. 나만 이렇게 산다. 너 때문에 내가 희생하고, 병들었다.라고 징징징 대면 싫겠지.... 싶다.


수업 쉬는 시간에 매콤한 죠스 떡볶이를 시켜주니, 맛있게 먹고, 쪼끔 기분 좋아졌다고 한다.

나는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고, 라이킷을 받아 생긴 에너지를 모두 끄집어내서

남편 엉덩이를 톡톡 쓰다듬으며, 기분 좋아졌어?라고 미소를 지었으나.

남편은 다시 시무룩해하면서, "그 정도는 아니야"라고 한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저 사람까지 우울증이면... 어떡하지....

내 죄책감에

가족들을 위해, 에너지가 넘치고 통통 튀고 웃고 활발하고 부지런 안 엄마가 되기는커녕,

성실하고, 부지런한 사람을 내 부정적인 에너지로 망쳐가고 있다는 항목이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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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침에 일어나서, 눈곱만큼이라도 치웠고, 기본적인 업무를 했으며, 지금도 업무를 하고 있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다. 모든 자영업자, 사업자가 쉽지 않은 시기이며,

모두가 생존을 위해, 투잡 쓰리잡을 뛰며, 잠도 못 자고 달린다 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한다.


어떻게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나 자신을 칭찬하며,

남편을 칭찬하고, 안아주어야겠다.

우린 전생에 무슨 인연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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