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해봤다.
9시 기상
양치만 하고, 홈트레이닝 30분
텔레비젼 좀 보다가
11시 아침 겸 점심
느긋하게 먹고, 씻고,
1시 쯤 문화센터 또는 운동
5시 독서 / 영화
6시 저녁
7시 글쓰기
10시 맥주 한잔 영화
취침
생각만 해도 너무 좋은 일정이다. 그 누구와도 일과를 나누지 않고, 오롯이 나만을 위한 나날들이며, 조용하게 사색을 하면서 혼자 뿌듯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나에겐 나름 바쁜 하루이다. 이런 나날들 속에 마트 가기나, 은행 가기 일정이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나는 아마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서 멍하니 진빠진다 하고 있을 것이다. 마치 일본 여행이라도 다녀온 것 처럼 마트 다녀오면 여독을 풀기 위해 쉬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할 것이다.
상상한 해도 정말 바쁜 하루이며, 꿈같은 하루이다.
하지만, 나는 아이가 있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한 하루 일 듯.
그래! 람보르기니가 아니라, 그랜저 정도로
현실적인 하루를 상상해보자.
7시 기상, 아이들 등교 준비
9시 등교 완료, 휴식
10시 집안 청소
12시 점심
1시 운동
2시 아이들 하교, 간식 준비, 이야기 들어주기, 아이들 학원 및 놀이터 등 스케쥴 챙겨주기
6시 저녁
아이들 공부 감독 및 설거지, 빨래개기
9시 아이들과 같이 1시간 놀아주기
10시 아이들 취침, 아이들 공부 정보 모으기, 인터넷 장보기 , 남편과 하루 일과 이야기하기, 취침
우와... 현실적인 하루가 너무 바쁘다.
전업이 누가 논다고 했는가. 애들 데리고 병원이라도 가게 되면, 숨가쁘게 뛰어야 할 듯. 마트갈 시간도 없다.
청소를 마샤 스튜어트 처럼, 오늘의 집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하기라도 한다면, 애들 밥은 햇반으로 떼워야 할 수준이다.
청소도 밥도 애들 공부도 다 잘 시키면서, 재태크(주식 같은) 까지 하는 사람이 정말 있을까?
울 엄마 말대로라면 내가 게을러서 못한다지만, 실제로는 없지 않을까?
청소를 선택한다면 요리는 포기할 것 같고, 청소와 밥을 한다면, 애들 학습 정보는 못 할 것 같은데......
그런데.. 이런 전업을 상상한다는 것 자체가 애들이 컸으니 전업을 상상하는 건 맞는 것 같다.
애들이 좀 크니까. 공부도 지도할 맛도 나고, 살림도 좀 하고 싶고, 집에 있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애들이 어릴 때는 정말 어떻게 놀아줘야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같이 안 있고만 싶었으니까.
현실적인 나의 하루는
애들 등교 시키고, 바로 출근을 하고, 그날 그날 퇴근 시간이 다르며, 그날 그날 출근 시간도 다르고, 출근하는 사무시도 랜덤이다. ( 사업장이 2개 )
사실 이동하는 것 자체에 매우 스트레스 받는 나이기에, 이런 불규칙한 일정이 매우 힘들다.
그 와중에 애들 보면서, 공부 챙기면서, 밥하고, 빨래하고 살아야하다니.
그나마, 나는 빨래는 개지 않고, 건조기에서 나물 캐듯 다들 알아서 꺼내 입고, 청소는 하지 않는다. 그냥 안한다 당당하게 말한다. 청소기는 일년에 한 번 돌릴까 말까 합니다!!
그렇게 내려놓으니, 이제 애들에게 욕을 안 하고, 사과하면서, 유하게 아이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가끔
애들이 대학생이 된 후를 상상한다.
애들 아빠는 애들이 다 크고, 우리가 돈이 있으면, 은퇴하고 애들 사진을 쭉 정리하자고 한다.
갓난아이때부터 찍은 사진들을 하나도 정리를 못하고 있으니 20년치면... 정리만 3년은 족히 걸리긴 할 것이다.
그 사이에 손주라도 태어나면... 죽을때까지 사진 정리만 하게 생겼다 ㅋㅋㅋ
그리고, 미루고 못 본 영화. 드라마 등도 봐야하고
나름 또 바쁘겠지......
우리 엄마는 곧 70 살이 된다. 70살에도 43살의 딸내미 살림을 청소해주고, 손주들 걱정에 매일 매일이 바쁘다.
아마 나도 애들 20살부터 30살 정도까지만 휴가일 것이고,
애들이 30즈음 결혼해서 애라도 낳으면, 애기 봐주느라 또 인생이 리셋될 것이다.
나는 꼭! 손주들을 봐줄 것이니까.
그렇게 계속 돌고 돌고 도는 삶을 살게 되겠지.
더 먼 훗날 진짜 혼자 살게 된다면, 그때는 요양원에서 원치 않은 집단 생활을 하게 될 것이고.......
시간이 남아돌아 이런 쓰잘데기 없는 상상을 한다.
모처럼 한가한 토요일 저녁이다.
애들이 친구 집에 놀러가서 저녁까지 먹고 있다.
매주 토요일마다 몸이 학원에 있느라 애들만 집에 가둬놓고 나와야 해서 미안했는데.
이사온지 2년만에 아래층에 애들이랑 친해지고, 그 집 엄마랑도 안면을 트게 되어
이런 시간도 가지게 되었다.
감사한 날들이다.
이제 올해가 지나간다.
얼마전 너무 답답해서 10만원을 주고 신점을 봤는데. 15분도 안돼서 나왔다.
15분동안 40만원짜리 부적을 쓰라고
올해 내가 삼재여서, 남편의 큰 복을 못 받았다고,
사업을 접지는 못할 것이며, 부적을 쓰라는 말만 계속 했었다.
나 때문에, 남편이 못 된다는 말은
항상 내가 하던 생각이어서 매우 흔들리긴 했었다.
내가 음악을 좀 더 알았더라면, 예술가의 아내의 자질이 더 뛰어난 우직한 사람이었다면.
남편은 더 좋은 음악을 만들고, 뮤지션으로 더 자리를 잡았을 텐데 라고 항상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적을 쓸 돈은 없었고, 그 돈이 있으면 매달 소액 기부하는 입양단체에 더 기증이나 하고 싶어서
그냥 나왔다.
그리고 '곧 올해가 끝난다. 삼재도 끝난다. 어차피 운명일 것이다' 라고 계속 중얼거렸었다.
이제 올해가 끝난다.
내년에는 좋은 일이 더 많을 것이고,
좋은 일을 , 좋게만 받아들이고, 더 감사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애들이 더 컸고, 남편은 더 노력해준다.
이제 나만 잘하면 된다.
감사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