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나 사랑하잖아. 당신 안 행복해?"
내가 툴툴 거릴 때면, 남편이 꼭 하는 질문이다.
그럼 나는 대충 딴 짓을 한다. 대답하기 싫다.
며칠 전에, 남편이 또다시 억울한 목소리로.
"왜그렇게 불만이 많아. 왜 그렇게 다 마음에 안들어. 대충 살아. 나 사랑하잖아. 내가 이정도 해줬잖아. 이정도면 행복하잖아. 살만하잖아. 아니야?"
라고 자꾸 내가 자기를 사랑하는게 당연하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
이번에는 도저히 대충 대답해주기 싫었다. 그래서 오래 전에 했던 계약을 상기시켜주었다.
"기억 안나? 나는 당신 안 사랑한다고 했었어. 나는 팔짱끼고 당신 하는거 보고 평가한다고 했어. 아직도 나는 팔짱 안 풀렸어. 왜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당신을 안 사랑해. 아직 몰라!"
남편은 매우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둘째가 8년 전, 큰애 4-5살 때, 둘째는 돌 전후 였을 때.
나는 선언을 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내 애들도 사랑하는지 모르겠다. 이혼을 하고 싶다. 애를 놓고 가라면 놓고 가겠다. 굳이 이혼하면서 애들을 데리고 나가서 친정 부모님께 짐이 되고 싶지도 않다.
내가 왜 당신과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고, 왜 당신이 나를 붙잡는지 모르겠다.
나는 당신을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다. 아니, 사랑했던 기억도 없다.
당신이 날 사랑하한다고, 그러니 잡는다고 그런 말 하지 말아라.
지난 몇년동안. 당신은 날 사랑한 적이 없다.
당신은 나에게 그 어떤 것도 주지 않았고, 결혼 후, 아니 당신을 만난 후, 내 인생에 좋아진 점은 단 1개도 없다.
당신이 생각해봐라. 내가 좋아진 점이 1개라도 있는지.
그 어떤 것도, 그 어느 부분에서도 나는 당신과의 결혼에 좋은 점을 찾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때, 남편은 날 붙들고 사과를 하며,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했다.
자기가 노력하고, 자기가 변할 테니, 기회를 달라고, 자기는 날 사랑한다고 그러니 기회를 달라고 했다.
나는 "나는 널 사랑하지 않는다. 팔짱끼고 널 평가할 것이다. 나는 굳이 너랑 안 살아도 된다. 애들도 이젠 데리고 나갈 마음 없다. 그저 기회를 줄 것이다. 지금 당장 신용불량자가 될 상황에서, 여러가지 나눌 것도 없기도 하고, 정신도 없으니 그냥 일단 지켜볼 것이다"
그 후. 7년 정도가 흐른 것 같다.
남편은 사실 조금 바뀌었고, 열심히 살았다.
멀쩡한 회사 다니다가, 남편에게 잡혀와서 남편의 사업을 돕고 있는 내 삶은 그다지 바뀐 것이 없고
우울증이 더 커졌다.
돈은 자산을 보전했으며,
부채는 어마무시하게 많아졌다.
지난 3개월 사이 이자가 2배로 늘어났다.
인건비등 경비는 더 늘어났다.
갑자기 돈이 쪼달리니... 사랑은 개뿔... 가슴이 답답해지고. 사는게 더 싫어지고 있다.
그래서 간만에 말했다.
"나 아직 팔짱 안 풀었어. 나 아직도 너 사랑안해. 왜? 내가 당연히 널 살아한다고 생각해?"
남편은 충격을 받은 눈치였지만, 웃으면서 자기가 더 노력한다고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돈도 힘들지만.. 사춘기가 오는 큰애와 반골 기질이 있는 둘째 사이에서, 솔직히 육아가 더 힘들고 무섭다.
애들이 싫고, 징그럽고, 줘도 줘도 부족하다고 하는 욕심쟁이 애들에게서 도망치고 싶다.
이혼도 좋다. 그냥 너무 모든 것을 놓고 싶은 마음 뿐인 걸.
그날 밤, 다음 카페 인기글 100 을 하나씩 보다가 웃긴 것을 봤다. 너무 웃겼다. 얼릉 링크를 남편에게 보냈다.
https://m.cafe.daum.net/subdued20club/ReHf/4156875?svc=topRank
거실에서 무기력하게 누워있던 남편이 "크크크크" 하고 웃는 소리가 났다.
기분이 뿌듯했다.
내가 저 사람을 웃겼다. 저 사람이 웃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
어쩌면, 나는 저 사람을 사랑할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솔직히 우울증인 내가 인상을 찡그리고, 땅을 파고 드러누울지라도
남편은, 내 가족은 안 그랬으면 좋겠다.
남편이 웃을 때, 기분 좋아할 때, 그때가 내 기분도 좋다.
그건 인간이라면 다 당연한 것이겠지 싶다.
저이를 미워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적으로는 존경하며, 회사 상사나 선배였으면 적당한 거리를 지키며 살 것이다.
단지, 한국의 결혼 문화, 엄마 아내 며느리의 역할이 지치는 것이고
내 능력, 내 그릇 이상의 것을 해야 살 수 있는 인생이기에 내가 지친 것이다.
암튼
나는 결혼과 출산이 인생 최대의 실수라고 생각하고 있다.
책임감으로 인간답게, 한국의 관습과 사회 규범에 맞게 살고 있는 것일 뿐.
다시 태어나면 절대, 결혼 출산은 안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설령 남편을 사랑한다 하더라도
나는 사랑하지 않는다.
안 사랑한다.
싫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