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대충 잘 사는 것 같은데, 나는 꼼꼼하게 힘드네

by 지망생 성실장

나를 사랑해야 한다

나를 꾸며야 한다

너를 위해 이렇게 까지 했는데 하는 마음으로 가족을 대하면, 한을 품게 되고, 홧병이 된다.


다 아는데...

돈 1만원을 나를 위해 쓰는게 너무 아깝고 어려운데 어쩌누

지난 6개월 간, 과감히 애들 학원을 줄이고, 필라테스를 다녀봤자

애들 학원 안가고, 집에서 유튜브만 보는 꼬라지가 더 보기 싫고

죄책감만 드는데 어쩌누

필라테스 시간은 정말 꿀 같이 좋았고

땀흘리고 집에 오면

뿌듯하고, 잠도 잘 오고 좋았는데.


장사가 잘 안돼는게 바로 내가 호사스럽고 사치스럽게 개인 취미 활동이나 하고 앉아서 그런 것 같아서

죄책감이 들어서 더는 못하겠더라


필라테스 역시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는

60살 넘으면 할 수 있을까 싶은 목록에 올라가버렸다...


그리곤 이 화가 남편에게로 향했다



지난 월요일 또 욕지거리를 하면서 싸웠다

애들 앞에서

애플 앞에서 욕지거리를 하면서 싸운 것은 진짜 오랫만인데


애들한테 말했다

니들 앞에서 싸운거 안 미안해

여자도 욕하고 덤비고 싸우는거야

지지 말아

누구를 만나든 화 참지 말고, 너한테 미안하다 할 줄 아는 사람 만나고

똑같이 안 지는 져주지도 않는 남자면 만나지 말아

엄마는 기회를 놓쳤어


그리고 엄마가 그나마 소리라도 지를 수있는 것은

돈을 벌기 때문이야.

아빠 일을 도우면서 일을 하니까 욕이라도 하는거야

내 이름으로 된 통장에 한달에 50만원 100만원 들어오는게 없으면

싸우지도 못해

그러니 꼭 공부헤서 직업을 갖고 돈을 벌어


엄마가 미안한건

오늘 이 좋은 날씨에 휴일에 니들 하루를 망쳤다는게 미안해 그건 정말 미안해


엄마는 지금 심정을 가라앉히러 나갈거야

니들은 공부해

돈 벌게 공부해


하고 나왔다


남편은 결혼 후 처음으로 애들 저녁을 차려주고, 애들이랑 티비를 보고, 애들 숙제를 봐주었다

나는 혼자 커피숍을 가고

김치찌개에 소주를 먹고

치킨에 맥주를 먹고


아이스탕후루, 남은 치킨, 파리바게트의 식빵과 크림빵을 들고 집으로 갔다

모처럼 마트 식빵 말고 큰 맘먹고 빵집 3천원 7백원의 고급 식빵을 샀다.


다 남편 카드로 긁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는 화가 풀리지 않고 있다.




필라테스 만은 아니다. 내 페미니즘 때문이지.


암튼, 남편은 날 사랑할지 모르나

나는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난 것 같다.


존경스러운 사람이고, 사장이고, 믿을 수 있고, 성실한 남자이고, 사랑스런 아빠이지만

남편으로는 잘 모르겠다

굳이... 싶다.


나는 기본적으로 자식까지 그다지 사랑하지 않는 나쁜 년인 것 같다.

다들 그러고 산다고, 이 정도면 좋은 사람이라고 하는데. 나는 왜 못 참는가


남들은 태어난 김에 대충 잘 사는 것 같은데

나는 꼼꼼하게 힘들고 어렵게 사는 것 같다.


다 나 때문이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생각만 바꾸면! 될 일이라고 말하는데

그게 정답인데


잘 안 된다.




그래도 부하 직원이 이제 생겼고,

이제 10시부터 11시까지 일해도, 애들끼리 있는 것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니

일이라도 할 수 있게 됐으니 감사하다


필라테스는 못하지만

둘째딸은 다시 운동을 하게 되었음에 감사하다


오랜만에 먹은 김치찌개에 소주는 정말 맛있었다.

또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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