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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망생 성실장 Dec 14. 2023

231214 - 3번째 진료

약의 용량을 늘리다. 


사실 나는 내 스스로도 우울증이라고 믿지 않았다.

주변에서 말하는대로, 나는 예술가로 데뷔를 못했기에, 예술가적 기질만 가진 지망생이기에, 그에 따른 우울감이 있는, 예술병(이라고 내가 명명한)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수 많은 성희롱과 성추행

열심히 하는게 뭔지 모르는, 이쁘게 있다가 시집가면 된다는 가족내의 가치관과 

내 지적 허영심과 사회성 제로인 성격 속에서 

허우적 대다가


결혼과 동시에 현실을 겪으면서

눈치가 뭔지, 집단과 개체가 뭔지, 경제적 계층, 문화적 계층, 자본주의 사회주의 가 뭔지를 

정말 온 몸으로 겪으면서


"이제야 소설 문장 하나하나가 진짜 이해가 되면서"

내 예술병이 나았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누군가가 배부른자가 우울증이 생기는 거라고 했는데, 그 말에 완전 동감하면서,

나는 현실인이고, 환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또 누군가의 말대로 

"사람이 힘들때 본성이 나오는게 아니라, 잘 먹고 잘 살때 본성이 나온다"는 말대로 

겉으로는 내 집도, 내 차도, 명품백도 1개 가진 상황이 되었을 때

내 본성 폭력과 폭언이 나오는 것을 보고, 

결국 나는 다시 한번 "그냥 지랄병, 예술병이 아니라. 정신병이다" 라고 인정을 하게 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 좋아진 것을 꼽자면

애들이 커서, 병원에 갈 일정이 규칙적으로 나오고

병원비가 있으며, 남편이 병원가는 것을 나름 신경써주고 있는 ( 감추지 않는 ) 상황이라는 것이다. 


암튼

내년 7월에 세브란스 병원을 예약한 상황에서

회사 근처 병원을 다니면서 

다짐한 것은 

1. 약을 잘 챙겨먹기

2. 의사 선생님의 말을 믿고 따르기 였다. 


특히, 교육사업을 하면서, 2번, 의사 선생님 말을 무조건 믿고, 시키는대로 하기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학원도, 선생님에 대한 신뢰, 믿음이 없으면, 학생들의 실력이 늘지 않는다

본질적으로 교육은 다 비슷하다.

영문법 가르치는 방법이 뭐 결국 대동소이 하지 뭐

여기서, 학생들이 복습하냐 안하냐의 차이인데

복습을 하게 되는 이유는 "선생님의 믿음"이 크게 좌우된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나는 이제 아는 사람이니까


약 잘 먹고, 선생님의 말을 의심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약의 이름도 검색하지 않고, 부작용도 검색하지 않고, 그냥 일단 잘 먹고 있다. 


그래서, 자꾸 약의 용량을 늘리는 것에 실망을 했는데


의사 선생님의 말로는 정상 용량을 한번에 시도하면 부작용이 있기에,

조금씩 늘려가는 것 뿐, 상태가 안 좋아서 늘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태가 좋아지고 있어서, 그에 맞춰, 정상 용량으로 늘리는 것이다 라고 한다. 


믿습니다! 라고 말하고 

오늘도 약을 잘 먹었다. 


감사하게도 따로, 필요시 약은 먹지 않아도 될 만큼 일상이 잘 유지되도 있다. 


***


남편은 "약도 도움 되지만, 부하직원이 생겨서 말도 들어주고, 찍소리 안하고 시키는 것 해주고, 너의 일이 줄고, 그런데, 연말이라 사업이 잘 되니까 그래서 상태가 좋아진 것이다. 그러니 약과 함께 앞으로도 열심히 돈을 벌어라. 돈을 벌면, 너는 안 아플 것이다" 라고 하는데... 

사실 그 말도 맞긴 하다.


내 병은 예전에는 데뷔 못한 병이었다면

지금은 돈이 없는 병, 돈이 없을까봐 불안한 병이니까. 


암튼

일단 오늘은 2개나 팔았고,

약도 먹었고

아픈 딸이 혼자 있을 만큼 컸고

독감으로 아픈 딸이, 많이 상태가 좋아졌다


일단은 오늘은 기분 좋을 예정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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