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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망생 성실장 Dec 23. 2023

231220 - 4번째

일찍 병원에가서 대기를 하는데

갑자기 망상이 떠올랐다.


나는 머릿속으로 다음의 내용이 고래고래 소리쳤다. 




남편이 나 때문에 음악을 그만두었다고, 가족을 위해 꿈을 버렸다고 생색을 내면 어떡하지?

그럼 소리를 질러야지

니가 언제 음악을 그만두었냐

지금도 음악할 돈 버는 거면서

당신은 한번도 포기한 적 없다

당신이 생각하는 일이 우선이고 돈이 우선이고, 아니 음악이 최우선 인 것은 하나도 안 변했다.

내가 뒷받침 했고

내가 육아를 가사노동을했고

콜센타에서 성희롱 당하면서 빤스팔고 했던 것도 다 나다

당신은 당신 체면을 한 번도 꺽은 적이 없다


당신 말에 따르면, 나는 "딱히 직업적으로 능력이 없는 나이기에 어쩔 수 없이 그런 콜센터나 나갈 수 밖에 없으니까" 그런 일을 한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당신 기준에 가장 한심한 "열심히가 뭔지 모르고, 나름의 기준으로만 대충 살아온, 야망도 목표도 없는" 그런 인간이라 이리 살아온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랜도 내가 이렇게 산 것은

가족을 위해서이고,

그렇게 사는 거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나는 나름! 성실하고 착한 사람이다


그런데 나는

내 기준에서 상상도 못하고 혹독하게 살아야했다

너의 기준에 맞춰야 했으니까


그런데, 이제와서 너가 나 때문에, 가정때문에 음악을 포기했다고 말한다고?

니가 니 마음대로 음악까지 하기 위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

학원을 차리고 , 샵을 차리고, 집을 사고, 분양권을 사고 한 것을 다 내 몸갈아 뒷받침 했는데

니가 뭘 포기했는데?

아픈 아이 때문에 영업하다 포기하고 집에 온 적이 있어?

야근을 해야해서, 8살 11살 애 둘만 밤 12시까지 집에 두고 있는 것에 안타까워하길했어?

너가 뭘 했다고?


샵 차릴 때, 정말, 나는 하나도 안 도와준다고 했지만

지금 잡코리아 사람 뽑고, 면접 일정 잡고 하는것도내가 다 하잖아!!!!!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나는 너무 힘들고 괴롭다고!!!


니가 나한테 돈을 줬니 

시간을 줬니

섹스를 줬니

나는 너의 비서일 뿐이라고

그나마 그래 니 덕에 이제 이 분야에 취업하면 한달에 230만원은 벌 자신 있다 

그래 고오맙다!!!!!



속으로 소리치는 나를 발견했다. 


얼릉 필요시 약을 먹고, 병원 상담실에 들어갔다.


방금 전 내가 속으로 어떤 소리를 질렀는지, 내가 지금 얼마나 힘들지

눈물 줄줄 콧물 줄줄 흘리면서 이야기했다. 


이게 아줌마의 홧병인가......


나만 왜 이러는가.... 


괴로웠지만


약을 잘 먹었고, 솔직하게 상담했고, 직원의 도움을 받아 회사일도 별 무리없이 잘 해나가고 있다.

힘들지만

애들은 잘 크고 있고, 학원 숙제도 잘 하고 있다. 


학원은 안정화가 되었지만

샵이 문제인데...

잘 되겠지. 


그냥 저냥 일단 이렇게 살고 있다. 


글이 순서가 있는 걸 보니 조현병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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