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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망생 성실장 Jan 04. 2024

240104 - 6번째

이혼하지 않는 이유, 이혼하고 싶은 이유 그 첫 번째 

내 정신병의 가장 큰 원인 중에 하나는 결혼이라고 했다. 


'결혼생활이 힘드니까 아픈 것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사는 이유는 무엇인지, 

자꾸 돈이라고만 하는데. 결코 돈 때문만은 아니다. 그게 아니면 왜? 우는 가. 00 님에게 결혼을 왜 유지하느냐고 묻는 것 자체가 발작버튼인 것 같다. 00님이 준비가 되면 그때 천천히 이야기하자. 그때까지는 약으로 다스리자'


나는 이혼하고 싶다는 글은 엄청 많이 썼지만, 한결같이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겠나.라는 변명으로 일단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그것도 겉으로는 엄청 화목하게. 

나는 이렇게 썩어가지만. 


이제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내가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맞는지 글을 한 번 써보려고 한다. 

이혼을 하지 않는 이유라는 글이고, 이 글은 띄엄띄엄 계속 써지지 않을까 한다.

한두 게가 아닐 것 같아서 






이혼하고 싶은 이유가 여럿이듯, 이혼하지 않는 이유도 2-3개가 있는데

1. 좋은 아빠 

2. 좋은 사람, 열심히 사는 사람 

3. 돈 문제가 복잡하다 

지금은 딱 3개가 떠오른다. 


그중, 좋은 아빠를 오늘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육아를 하지 않았다. 애들이 7살 까지는 일주일에 하루도 1시간도 집에 있지 않았가. 둘째가 4살쯤, 일 주 이일에 하루는 집에 있으라고 했더니, 점심 먹고 나가서 일을 했다.

내가 3시부터 9시까지 있으라고 했더니 9시에 나갔었다.


아빠가 집에 있으면, 하나도 좋을 게 없었다. 단지 애들이 미혼모 자식이 아니라고 느끼게만 해주고 싶었을 뿐, 친정 엄마와 어린이집이 아니었으면 나는 아동학대로 잡혀갔을 것이다. 돈도 체력도 정신도 없었다. 때리고 싶었고, 실제로 때린 적도 있었다. 


애들 아빠는 그때마다 남의 일인 양 굴었었다.


둘째 임신 때, 애들 아빠가 눈병에 걸렸었다. 전염병이라서 애들 아빠만 빼고 친정에 갔더니, 서럽단다. 본인 안 챙긴다고, 4살 큰애와. 만삭의 임산부인 내가 병에 결리면 어쩔 거냐고, 웃기는 소리 한다고 배부른 임산부가 소리소리 질렀었다. 그렇게 이기적인 남자이다. 


애들이 좀 컸고, 아직도 내가 욕하고 때리고 하다 보니 이제야. 아빠 노릇 한답시고, 애들한테 화를 내고 소리를 질렀었다. 내가 '네가 뭐 한 게 있다고 화를 내느냐. 나야 매일 얼굴 보고 웃고 하지만. 주말에 잠깐 밥 한 끼 먹는 사이면서 웃기지도 않는다. 그러다가는 애들이 아저씨 누구예요 하고 처다도 안 본다. 내가 욕하고 때리면 달래주고, 풀어주고, 나한테 화를 내야지 왜 네가 뭔데 내 새끼 한데 화를 내냐'라고 했었다.


근데 왜 좋은 아빠인고.

애들한테 돈을 주고, 다 줄 사람이고, 이 모든 것은 애들한테 돈을 남겨주려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니까. 

표현도 하긴 하는데. 열심히 사는 사람일 뿐, 아이들을 사랑하니까. 

아이들도 그 마음을 알고 ( 알도록 내가 교육시켰지 ) 


그런데 이건 이유는 안된다.

이젠 애들이 다 컸기에, 굳이 한 집에 안 살아도, 좋은 아빠, 좋은 엄마랑 유지는 될 테니까.

그리고 나는 애들을 두고 나올 것이다.

데리고 나올 생각은 없다 


아! 맞다! 나 이혼하면 애들 안 데려올 거지....

아....

이건 이혼을 못하는 이유가 아닌 것으로 결정이 되었구나.


다른 이유가 있긴 할까.


정말 이혼이 답일까. 





정신병원은 여기저기 몇 군데 다녀봤는데

나보다 젊은 듯한 선생님이 차분하게 말을 잘해주신다. 짧게 약이나 지어가라고 하지도 않고, 길게 대화하며 비싼 친구비를 받지도 않고, 10분 정도 짧고 굵은 대화 속에서, 생각하게 만들어 주시는 것 같다. 

그리고 평생 정신과 약을 처방받아도 버리고 말았던 내가. 약을 이렇게나 열심히 챙겨 먹게 해 주고 말이다. 


좋은 선생님을 만났고,

내가 잘 치료받으리라 결심했으니

이혼이든 아니든 무엇이든 자살이 아닌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자식이 있으니, 평범하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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