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실은 이 집에서 가장 넓고 화장실과 화장대 공간도 있어서 한번 들어오면 배가 고플 때 말고는 방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다. 창문을 열면 귤밭이 보여서 창문 쪽으로 테이블을 두고 앉으면 차 한잔 마시고 싶은 감성을 느끼게 해주는 방이다. 방 안에는 침대, 책장, 책상과 의자, 조립식 옷장이 사방 벽을 따라 배치되어 있다. 방안 가득 편백나무로 직접 만든 책장과 책꽂이들이 놓여 있어 방 주인의 개성 강한 취향이 느껴진다. 책상 위에는 노트북과 연필꽂이, 책, 메모지 같은 문구들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놓여 있다. 방바닥에는 벗어놓은 양말이나 가방 같은 물건들이 널려 있어 방 주인이 정리를 잘하지 않는 자유로운 성격임을 나타내준다.
1호실에 거주하는 H는 50대 후반으로 이 집에서 유일한 여자 사람이면서 정규직으로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가족에게 목돈이 들어갈 일이 생기면 H가 모아둔 자금으로 대부분 해결하고 있다. H는 정시에 출퇴근하는 틀에 박힌 생활을 힘들어하면서 하루빨리 퇴직하여 자유롭게 여행 다니고, 취미생활 하면서 일상을 여유롭게 보낼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충동적인 기질을 타고난 H는 매일 사표를 내던질 것처럼 투덜대지만, 책임감을 발휘하여 가족의 생계를 위해 버티는 중이다. 그런 H를 위해 J는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 하면서 H의 부담을 덜어주려 애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