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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Dec 15. 2020

존폐 위기 속에서 희망을 싹 틔우는 노선

제3 섹터 철도 첫 번째 이야기

  우리나라는 철도를 운영하는 주체가 모두 공기업과 관련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민간에서 운영하는 철도는 신분당선이 개통하기 이전에는 볼 수가 없었다. 철도는 초기 자본금이 상당히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은 사업이기도 하다. 그리고 투자 대비 수익 발생이 그렇게 높지 않기 때문에 운영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물론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노선이라면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인구밀도가 높은 곳이 대도시를 제외하면 잠재적인 승객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대도시가 아닌 구간에서는 수익 창출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일본은 공영과 민간이 운영하는 철도 외에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제3 섹터 철도라 불리는 독특한 방식의 철도가 있다. 제3 섹터 철도가 무엇인지 검색해보면 '공적(公的, 제1 섹터) 경영이나 사적(私的, 제2 섹터) 경영이 아닌 제3의 경영방식을 의미하며, 지방 공공단체 등의 공적 섹터와 사기업 등의 사적 섹터가 합동 출자한 회사가 경영하는 철도.'라고 나와있다. 말 그대로 공기업과 사기업의 모습을 모두 볼 수 있는 그런 새로운 개념의 철도회사다.


제3 섹터 철도의 정의.



  일본 위키백과는 다음과 같이 제3 섹터 철도를 5가지로 나누어서 분류하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1. 일본 국유철도 또는 JR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 지역 철도의 경영권을 받아 운영을 계속하는 노선. 

 - 2. 신칸센 개업 시 그 구간을 운행했던 재래선 구간.

 - 3. 적자 운영 중인 사철 노선. 

 - 4. 공업지대의 화물철도 운영 목적의 승계(공동출자 포함) 노선.

 - 5. 새로 개통되는 대도시권의 신교통(트램이나 모노레일 등).



  제3 섹터 철도는 JR에서 운영을 포기할 정도로 탑승률도 그렇게 높지 않은 데다가 대도시는커녕 유동인구를 기대하기 어려운 교외 지역만 다니기 때문에 운송으로는 도저히 수익이 날 수 없는 노선이다. 더욱이 일본도 농촌 인구가 점점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운송 수익으로는 전망이 그렇게 밝지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노선들을 유지하는 이유는 이 철도를 이용해왔던 지역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서다. 그렇기 때문에 비용 절감을 위해 대부분 원맨열차(One man train; 1명이 기관사에서 승무원, 역무원까지 모든 역할을 다 하는 열차)로 운영 중이며, 역은 거의 무인역이다.

  애석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같은 철도를 만날 수가 없다. 우리나라 철도는 수익성이 없으면 폐선해버리는 경향이 강하다. 더 나아가 간선 철도망의 경우도 고속철도가 다닐 수 있도록 노선을 직선화하면서 기존 선로를 정리하고 있다. 속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역사의 일부가 될지도 모를 기존 노선들을 정리해버리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좋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제3 섹터 철도로 분류된 지바 모노레일.


  사실 일본에도 수익성이 없는 노선을 폐선하려는 경향이 강했지만, 지역 주민들의 염원을 담아 제3 섹터 철도라는 독특한 운영 방식이 나오게 되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제3 섹터 철도로 운영하는 철도는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노선이 아니다. 하지만 일본 위키백과에서 마지막으로 분류한 대도시권의 신교통은 다른 제3 섹터 철도와는 조금 다르다. 그래서 앞으로 언급할 제3 섹터 철도에서 신교통은 예외로 두려고 한다.


화려한 래핑이 눈길을 끄는 열차.


  제3 섹터 철도에서 운행 중인 열차는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노선이 많다. 심지어 일본인조차도 있는지 모르는 노선도 많다. 그만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제3 섹터 철도는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사철이나 JR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화려하게 래핑을 한 열차다. 이는 나아가 열차 전체를 하나의 큰 광고판으로 활용하기에 이른다.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쓴 역명판.


  그 뿐만 아니라 역명판에도 디자인을 입혀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어디든 있어서 외면받기 쉬운 역명판이지만 제3 섹터 철도는 이 역명판도 의미를 부여해서 JR과 다른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한 것 같다. 그래서 제3 섹터 철도의 역명판과 같은 곳에 자리한 JR의 역명판보다 더 눈에 띌 수 있지 않았나 싶다.


1량 원맨열차가 기본인 제3 섹터 철도.


  제3 섹터 철도는 1량 편성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마치 버스를 보는 것 같다. 이렇게 1량 편성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전기 설비가 갖춰진 선로라고 할지라도 디젤 열차를 운행하는 노선도 많다. (참고로 전동 열차는 2량 편성이 최소 편성인 듯했다.) 한 번 운행하는데 1량 열차로 충분할 정도로 승객이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는 장면이다. 그마저도 열차를 가득 채우기는커녕, 좌석을 모두 채워서 운행하는 열차도 극히 드물 정도다.


제3 섹터 철도지만 2량 편성으로 운행 중인 노선.


  그럼에도 불구하고 2량 편성으로 운행하고 있는 노선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열차들은 기존 전기 설비를 활용할 수 있는 전동 열차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승객이 많아진다면 기존 시설을 다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1량 편성 열차도 가득 채우기 힘든 상황에서 2량 열차를 도입하는 것은 그저 꿈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되고 있다.

  제3 섹터 철도는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시설을 그대로 활용하고만 있기 때문에 규모가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큰 승강장과 역을 만날 수 있다. 그만큼 적어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승객이 많고 긴 장대 편성의 열차가 드나들던 노선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영향인지 의외로 승차감이 좋은 노선도 꽤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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