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지형적 영향으로 상당히 좁은 환승통로를 가진 '이촌역'

환승 가능노선 - 4호선, 경의중앙선

by 철도 방랑객

이촌역은 4호선과 경의중앙선이 유일하게 만나는 역이다. 이처럼 접점이 없는 두 노선은 환승역이라는 이름으로 만나는 이촌역에서도 승강장은 서로 나란히 이어진다. 즉, 환승역에서도 접점이 없는 샘이다.


물론 4호선이 동작대교를 건너기 위해서 경의중앙선 아래로 급격히 방향을 틀긴 하지만 이처럼 가까이 있는 듯 또 붙어있지는 않은 환승역은 상당히 보기 드물다.


이촌역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철도 건널목을 볼 수 있는 역이기도 하다. 요즘은 사고 예방은 물론 차량 통행 방해를 막기 위해서 철도 건널목도 입체로 바꾸는 추세다. 그런 측면에서 이촌역 철도 건널목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주는 매개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촌역 사진1.jpg ▲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이촌역 승강장.


중앙선에서 경의중앙선으로 바뀐 지 이제 거의 10년이 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2014년 변경) 역 안내도에는 여전히 ‘중앙선’의 흔적이 남아있다.


일반적으로 노선이 바뀌면 지도상에 스티커를 덧대거나 지도를 새로운 것으로 바꿔서 갱신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촌역에서는 그 작업 자체가 10년 가까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암시하는 장면이다.


◆ 지형적인 영향이 만들어낸 독특한 환승통로

이촌역은 지상에 자리한 경의중앙선과 도로 아래에 자리한 4호선이 같은 방향을 보며 나란히 위치하고 있다.


이 두 승강장을 연결하는 환승통로는 다른 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구조로 되어있다. 정확히는 4호선 대합실과 경의중앙선 대합실을 연결하는 이 환승통로는 승강장과 같은 방향으로 연결되어 있다.


대신 환승통로 끝에서 ‘ㄱ’자로 꺾이기를 반복하는데, 이 환승통로에도 계단이 있어서 교통약자가 이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촌역 사진2.jpg ▲ 환승통로에 계단이 있어 교통약자에겐 불편할 수 있다.


환승통로를 잘 살펴보면 마치 초등학교 과학시간에 사용하던 잠망경을 연상하게 한다. 단, 잠망경에는 꺾이는 곳에 거울이 있지만, 이촌역 환승통로에는 꺾이는 곳이 원형을 그린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촌역 사진3.jpg ▲ 꺾이는 곳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환승통로.


이촌역 환승통로는 이처럼 특이한 형태로 두 승강장을 연결하지만, 지형적인 영향으로 병목현상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하고 말았다. 그만큼 이촌역을 이용해 본 승객이라면 환승통로가 유독 좁다는 생각을 많이 할 것이다.


지하에 있는 4호선의 경우 주변 지형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지만, 지상에 자리한 경의중앙선은 아무래도 4호선보다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 주변 지형의 영향으로 좁아진 환승통로

이촌역의 환승통로는 딱 하나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환승통로로 많은 승객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환승통로의 폭은 아주 한정적이어서 승객이 많은 시간은 필연적으로 병목현상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경의중앙선의 경우 지상에 위치한데다가 승강장 주변으로 도로까지 인접해 있어서 확장이 힘든 것이 사실이다. 승강장 폭 자체도 워낙 좁아서 승객을 다 수용하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촌역 사진4-1.jpg ▲ 통로 및 승강장 폭을 넓히는데 한계가 있는 경의중앙선, 승강장에서 바라본 모습.
이촌역 사진4-2.jpg ▲ 통로 및 승강장 폭을 넓히는데 한계가 있는 경의중앙선, 환승통로에서 바라본 모습.


안 그래도 좁은 승강장에 환승통로까지 자리한 곳은 승객이 한 명 서 있기도 벅찬 공간으로 바뀐다.


그렇다고 새로운 환승통로를 만들기에도 분명 쉽지는 않아 보인다. 즉, 이촌역의 병목현상은 역이 없어지는 그 날까지도 계속 안고 가야할 고질적인 문제로 남을 것이다.


한편 4호선의 경우 그나마 지하에 있어서 그런지 경의중앙선보다는 통로가 넓은 편이다. 그러나 상대식 승강장의 장점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지상의 경의중앙선 승강장과 비슷한 모양으로 환승통로를 만든 것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이촌역 사진5.jpg ▲ 상대식 승강장의 장점을 잘 활용하지 못한 4호선 승강장.


물론 4호선 승강장의 연결통로 및 환승통로가 넓어진다고 한들 경의중앙선과 연결되는 환승통로에서 그 효과가 급감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적어도 경의중앙선으로 환승하지 않는 승객들을 고려해본다면 연결통로 폭을 조금 더 넓히는 것이 어땠을까 싶다.


더 나아가 4호선 승강장의 승객들도 원활하게 승강장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인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앞으로 만들어질 상대식 승강장 역들은 이런 부분들을 잘 참고해서 처음부터 승객의 입장에서 이용하기 편한 설계가 이루어졌음 하는 바람이다.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2년 4월 13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

keyword
이전 19화지상과 지하를 아우르는 천국의 계단 환승통로 '동작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