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지하철 역 가운데 여자대학교가 들어가는 역은 3곳(부 역명으로 들어간 곳 제외)이 있다. 그 가운데 유일하게 학교 명칭이 완전히 다 들어간 역은 성신여대가 유일하다. 특이하게 환승역도 성신여대가 들어가는 성신여대입구역뿐이다.
같은 노선에 있는 숙명여대는 숙대입구역이라는 이름으로 표기되어 있으며, 가장 먼저 생겼던 이화여대는 이대역(2호선)이라고만 되어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성신여대입구역만큼은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화여대나 숙명여대와 달리 성신여대는 줄여서 부르는 명칭이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앞 글자가 ‘성’으로 시작하는 대학이 많기 때문에 전체 이름을 다 넣을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 승강장에 따라 환승 방법의 차이가 많이 나는 역
원래 성신여대입구역도 환승역과는 거리가 멀었으나, 서울 최초의 경전철인 우이신설선 개통과 함께 환승역이 되었다. 나아가 우이신설선에서는 비중이 상당히 큰 역일 정도로 성신여대입구역의 위상은 꽤 높은 곳에 있다.
우이신설선의 다른 환승역과 달리 이례적으로 성신여대입구역 승강장에만 에스컬레이터가 승강장에 직접 연결된 것도 많은 승객이 이용하는 역이라 가지는 특권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나머지 환승역인 보문역과 신설동역은 승강장에 에스컬레이터가 아닌 계단만 연결되어 있다.)
▲ 환승통로가 꽤나 복잡한 성신여대입구역 역 안내도.
성신여대입구역은 다른 환승역과 달리 특이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두 노선 모두 상대식 승강장에 승강장도 거의 겹쳐있어서 평범한 환승통로가 가능했을 법 했지만, 역 안내도에서 보는 것처럼 꽤 복잡함을 알 수 있다.
그 중 가장 특이한 환승통로는 4호선 한성대입구역 방면 승강장과 우이신설선 보문역 방면 승강장을 잇는 엘리베이터가 아닐까 싶다. 이 엘리베이터는 38인승 대형 엘리베이터로 총 3기가 운행 중이다.
▲ 환승통로에 설치된 엘리베이터, 지하 2층 4호선 승강장 방면.
▲ 환승통로에 설치된 엘리베이터, 지하 4층 우이신설선 승강장 방면.
아무리 대형 엘리베이터라 하더라도 계단 또는 에스컬레이터에 비하면 승객 수송이 정체되기 마련이다. 특히 출퇴근 시간에는 그 혼잡도가 가중되어서 환승시간이 하염없이 늘어나버리는 것도 큰 문제다.
더욱이 출퇴근 시간은 우이신설선은 물론 4호선도 거의 3분 내외로 열차가 진입하기 때문에 한 번 정체된 승객이 환승통로를 빠져 나가는 데는 더욱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우이신설선에서는 성신여대입구역의 이용 승객이 상당히 많은데다가 출근 시간은 거의 대부분 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4호선 방향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환승 소요 시간을 가늠하기 어렵다.
반면 4호선에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우이신설선으로 이용하는 승객의 비중은 어느 시간대나 비중이 적은 편이라 지하 4층에서 올라가는 방향은 항상 붐비는 반면, 지하 2층에서 내려가는 방향은 빈 엘리베이터로 내려가는 일도 번번이 볼 수 있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승객들은 애초에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서 반대편 승강장인 4호선 길음역 방면 승강장으로 이동했다가 반대편 승강장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 4호선 양방향으로 모두 환승이 가능한 보문역 방면 승강장.
이 엘리베이터 환승통로에는 계단도 볼 수 있는데, 앞서 언급한대로 지하 4층에서 지하 2층으로 가는 승객이 대부분이라 상시 이용 승객은 거의 볼 수 없다. 오히려 반대 방향의 4호선 길음역 방면 승강장과 우이신설선 정릉역 방면 승강장의 환승통로가 엘리베이터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 엘리베이터가 있는 환승통로에서 볼 수 있는 비상계단.
◆ 반대편 승강장을 반드시 거쳐야 환승이 가능한 경로도 있어
성신여대입구역의 또 다른 특징은 환승이 한 방향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4호선 길음역 방면과 우이신설선 정릉역 방면이 한 블록 정도의 거리를 두고 거의 평행하듯 이어지는 영향 때문이 아닌가 싶다.
또한 시간대에 따라 승객의 이동 편차도 상당히 심한 편이다. 특히 우이신설선의 경우 한 쪽 방면은 승객이 들어가지도 못할 정도로 미어터지는 방면, 그 반대편은 승객을 셀 수 있을 정도로 한산하다.
우이신설선 정도는 아니지만 4호선 역시 시간대에 따라 양 방향의 승객 비중이 차이가 나는 편이다. 아무래도 정릉역, 길음역 방면은 주거지역이 주를 이루고, 그 반대편은 도심지역으로 연결되는 영향이 큰 듯싶다.
▲ 길음역 방면 승강장과 바로 연결되어 있는 환승통로.
이러한 환승 동선을 고려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4호선 한성대입구역 방면과 우이신설선 보문역 방면 그리고 4호선 길음역 방면과 우이신설선 정릉역 방면은 승강장끼리 바로 연결되어 있을 정도로 환승거리가 상당히 짧다.
4호선 길음역 방면과 우이신설선 보문역 방면 승강장도 길음역과 바로 연결된 환승통로 인해 환승거리가 짧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퇴근 시간대가 되면 정릉역 방면으로 가는 승객들의 영향으로 의도하지 않게 정체가 발생하기도 한다.
만약 4호선 길음역 방면 승강장에서 우이신설선 보문역 방면 승강장으로 이동하는 승객 중 바쁜 일이 있다면 환승통로의 계단을 이용하거나 해당 환승통로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이동하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다.
반면 4호선 한성대입구역 방면과 우이신설선 정릉역 방면 승강장은 특이하게도 반대편 승강장을 반드시 거쳐야 환승이 가능하다.
다행인 점은 두 환승통로를 모두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게 되면 우이신설선 보문역 방면 승강장을 이용하게 되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게 되면 4호선 길음역 방면 승강장을 이용하여야 한다.
이처럼 다른 승강장을 거쳐야 환승이 가능한 역은 매우 보기 드문 사례로, 환승 엘리베이터가 만든 독특한 동선이 아닐까 싶다.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2년 3월 30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