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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최초의 일방통행 구간인 '6호선 응암순환 구간'

6호선 - 응암역, 역촌역, 불광역, 독바위역, 연신내역, 구산역

by 철도 방랑객

지하철을 탈 때 행선지를 확인하게 된다. 대부분의 열차는 ‘OO행’ 열차로 운행하고 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지하철이 시발역과 종착역을 왕복 운행하는 형태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6호선을 타면 이런 ‘OO행’ 열차가 아닌 열차를 만날 수 있다. 바로 ‘응암 순환’ 열차다. 지하철 2호선처럼 시종착역의 구분이 어려운 순환선에서나 볼 수 있는 ‘순환’ 표기가 순환선도 아닌 6호선에서 볼 수 있는 점도 특이한 장면이다.


응암역은 6호선의 시작역이다. 그런데 열차가 ‘응암행’ 이 아닌 ‘응암 순환’ 표기가 된 것은 응암역에서 아주 짧은 구간이지만 실제로 6호선 열차가 순환하는 구간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반영해서 6호선 역 번호는 응암역이 시작을 상징하는 ‘610번’이고 순환선 구간의 시작인 역촌역부터 순차적으로 번호가 증가한다. 그리고 순환선의 마지막인 구산역을 지나면 다시 응암역으로 복귀했다가 그 다음 역인 새절역부터 다시 번호를 이어나가는 형태다.


◆ 단선 구간의 시작 – 비대칭형 승강장을 가진 응암역

이렇게 부분적인 순환선으로 운행되고 있는 6호선 응암 순환 구간은 마치 노선버스를 보는 것 같다. 버스도 차고지에서 출발하여 회차 지점에서 도로 사정에 맞춰 잠깐이나마 P턴을 하는 등 갔던 길을 다시 돌아오지 않는 일방통행 경로로 되돌아온다.


지하철의 경우 대부분 양방향으로 모두 열차가 이동한다. 그러나 응암 순환 구간만큼은 반대편 열차를 볼 수 없는 일방통행 구조로 운행하고 있다.


▲ 6호선 응암 순환 구간 안내.


2기 지하철로 불리는 5~8호선은 승강장 구조에 따라 역 명판의 모양도 달라진다. 상대식 승강장에서는 삼각형 모양의 역 명판이, 섬식 승강장에서는 평행사변형을 두 개 붙여놓은 듯한 모양의 역 명판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순환 구간에서 만큼은 모든 역의 역 명판이 섬식 승강장에서 사용하는 형태로 되어있다. 아무래도 상대식 승강장이 섬식 승강장에 비해 역이 많아서 상대식 승강장이 아닌 승강장은 모두 섬식 승강장 형태의 역 명판을 사용한 것 같다.


▲ 역 명판이 모두 일정한 응암 순환 구간.


응암 순환 구간의 시작 역이자 마지막 역인 응암역은 대칭형 승강장이 주를 이루는 우리나라 지하철역에서 상당히 특이한 형태로 되어있다.


순환 구간에 진입하는 열차의 경우 곡선이 두드러지는 승강장으로 진입하게 된다. 반면 순환 구간을 돌고 다시 돌아오는 열차의 경우 쭉 뻗은 직선 승강장으로 진입한다.


이러한 영향으로 응암역은 새절역 방면 승강장 쪽은 두 열차가 매우 가까이 붙어있는 반면, 역촌역 방면 승강장 쪽은 마치 단선 구간을 연상하게 할 정도로 새로운 벽면이 두 열차를 갈라놓았다.


▲ 순환 구간으로 갈수록 승강장이 벌어지는 응암역.


응암역은 대합실 역시 비대칭형 승강장의 영향 때문인지 개찰구와 연결된 계단이 한 쪽으로 비스듬하게 꺾여있다.


그래서 대합실의 계단에서 승강장을 바라보면 승강장이 수렴(확산)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승강장 내부 기둥의 간격을 통해서도 확연하게 구분이 가능하다.


▲ 비대칭 승강장의 영향으로 비스듬하게 꺾인 연결통로.


역촌역 방면 승강장으로 갈수록 더욱 폭이 넓어지는 응암역은 승강장 변화를 쉽게 느낄 수 있다. 특히 같은 승강장에서 두 열차를 모두 볼 수 있는 섬식 승강장이라 더욱 구분하기가 쉽다.

▲ 우측으로 제법 꺾여있는 역촌역 방면 승강장.
▲ 반듯한 직선으로 이어진 새절역 방면 승강장.

◆ 지하 6층에 위치한 순환 구간의 중심 - 독바위역

한편 응암역은 ‘응암 순환’ 으로 운행했던 열차가 ‘봉화산 또는 신내’ 행 열차로 행선지가 바뀌는 역이기도 하다.


응암역은 다른 노선의 종착역과 같이 열차가 머무는 시간도 다른 역에 비해 약간 긴 편이다. 하지만 순환 구간을 돌고 다시 응암역에 도착한 열차는 중간 역을 지나 듯 비교적 짧은 시간을 머물다 출발한다.


순환 구간으로 진입하는 열차는 비장의 준비라도 하듯, 행선지를 변경하는 것은 물론 열차 차내 방송도 새롭게 한다. 그러면서 순환 구간의 주요 역인 3호선 환승역 두 곳과 응암역의 다음 역인 역촌역이 함께 표기된 안내도 볼 수 있다.


▲ 응암역 출발 전 새롭게 안내하는 열차 내부.


본격적인 단선 순환 구간에 진입한 6호선 열차가 다시 응암역 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역이 바로 독바위역이다.


순환선 구간은 마치 5호선을 연상하게 하는 굉장한 소음의 연속이다. 아무래도 곡선 구간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영향 때문이다.


독바위역은 열차가 승강장에 진입하기 전부터 웅장한 소리와 함께 열차가 도착하는데, 승강장 자체도 곡선이어서 열차가 근접했을 때는 디젤 열차를 연상할 정도다.


이 독바위역은 평범한 순환 구간의 역 중 하나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역도 여러모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역이다.


대체로 지하 깊지 않은 곳을 운행하는 6호선이지만, 순환 구간은 5호선보다 더 깊은 곳으로 운행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그 절정은 독바위역이다. 독바위역 승강장 위치는 지하 6층으로, 6호선에서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역이다.


하나의 승강장만 가지고 있는 독바위역은 개찰구까지 무려 3기의 에스컬레이터를 갈아타야 한다. 그리고 그 개찰구를 지나서도 또 두 번에 걸쳐 에스컬레이터 또는 계단을 올라야 출구에 도달한다.


▲ 깊은 곳에 위치해서 에스컬레이터가 많은 독바위역.


독바위역은 출구도 단 하나에 불과해서 이 역을 이용하는 승객은 모두 같은 동선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역 이름처럼 출구도 상당히 외롭게 느껴진다. 승강장도 하나이면서 출구도 하나인 독바위역은 ‘하나’를 상당히 강조한 것처럼 보인다.


▲ 단 하나의 출구만 보유하고 있는 독바위역.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2년 11월 2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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