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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도로에 걸쳐 14개의 출구가 펼쳐져있는 '청담역'

7호선 - 청담역

by 철도 방랑객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땅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지역인 강남구 청담동. 이곳에는 지명 이름을 딴 청담역이 있다. 7호선 역으로 개통한 청담역은 역 길이가 상당히 긴 역으로 유명세를 탔다.


하나의 노선만 운행하는 역 임에도 출구만 무려 14개에 이르는 점에서 이 역의 길이를 짐작해볼 수 있다. 출구는 3개 도로에 걸쳐 있으며 1번 출구에서 반대편 끝인 7번 출구까지 거의 500m 가까운 거리나 떨어져있다.


통상 승강장이 200m 남짓한 것을 생각해본다면 청담역은 승강장을 두 개 붙인 것보다도 더 긴 것이다. 이런 영향으로 통상 다른 역에서는 크게 보이는 승강장이 청담역의 안내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을 정도다.


▲ 출구에 가려져 거의 보이지 않는 승강장 안내.
▲ 3개 도로에 걸쳐 출구가 산재되어 있는 청담역 위치.

◆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지하 연결통로

청담역은 다른 역과 달리 대합실이 상당히 길다. 끝에서 끝은 물론 보이지 않는다. 아니 가장 끝인 1번, 14번 출구나 7번, 8번 출구에서는 승강장 끝단과 연결되어 있는 개찰구도 보이지 않는다.


개찰구는 승강장 양 끝단에 하나씩 자리하고 있는데, 오히려 이곳이 중간에 위치한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 승강장 끝에 연결된 청담역 연결통로.


이렇게 끝없이 이어진 청담역 지하통로는 삭막한 분위기를 전환하면서 공기 개선을 위해 식물들로 조성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일명 ‘미세먼지 프리 존’ 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공간은 청담역 대합실 전 구간에 걸쳐 조성되어 있다.


자칫 삭막할 뻔 했던 지하 공간에 녹지가 조성되어 있으니 걷는 내내 지겹다는 느낌은 따로 없었다.


▲ 미세먼지 프리 존이 설치되어 있는 청담역 대합실.


이렇게 끝이 없을 것만 같은 통로는 양 쪽으로 출구를 쌍으로 하나 둘 내보내더니 마지막은 벽으로 끝을 알리고 있다. 한참을 걸어도 계속될 것 같은 이 통로의 끝이 보이면 왠지 모르게 허전함이 묻어날 정도다.


▲ 청담역 대합실의 끝. 1번, 14번 출구 방향.
▲ 청담역 대합실의 끝. 7번, 8번 출구 방향.

◆ 개찰구에서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출구들

청담역에서 한 블록 아래 떨어진 곳에는 9호선이 지나고 있다. 청담역과 달리 9호선은 같은 공간에 봉은사역과 삼성중앙역이 일정 간격을 두고 자리 잡고 있다.


1, 14번 출구 쪽으로 이어진 도로에는 봉은사역이, 7, 8번 출구 쪽으로 이어진 도로에는 삼성중앙역이 있다. 이렇게 역 두 개가 있어도 충분한 공간에 단 하나의 역만 있으니 청담역 출구에 도착했다고 해서 승강장까지 거의 다 왔다 생각하면 금물이다.


개찰구에서 가장 가까이 위치한 출구조차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에스컬레이터로 인해 압도당하기 때문이다. 그 높이가 적어도 2개 층 이상 되기 때문이다.


▲ 거대한 에스컬레이터가 승객을 맞이하는 4, 5, 10, 11번 출구 연결통로.


사실 1~3번 출구 또는 12~14번 출구를 이용한다면 승강장이 지하 2층에 있는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청담역 승강장 안내를 보면 승강장은 지하 4층으로 표기되어 있으며, 500m 가까운 긴 대합실은 지하 3층으로 표기되어 있다.


청담역을 지나면 바로 청담대교를 지나기 때문에 지상으로 올라온다. 그래서 청담역의 위치가 의아할 수 있다. 그리고 1번 출구나 14번 출구는 실제로 계단의 높이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 어떻게 적어도 2개 층 이상 되는 엄청난 높이의 에스컬레이터가 조성될 수 있었을까? 지하 공간은 평평한 공간의 연속이지만 지상은 높은 언덕이 이곳을 지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깊어진 것이다.


▲ 눈에 띌 정도로 높은 곳에 있는 4, 5, 10, 11번 출구 부근.
▲ 경사를 느낄 수 있는 4, 5, 10, 11번 출구 부근 인도.


다른 출구들은 거리상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면, 거대한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야 만나는 4, 5, 10, 11번 등 4개 출구는 지상과의 높이 차이로 인해 개찰구와 멀어졌다.


승강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있는 출구들은 청담역과의 진행방향이 다른 도로의 교차로에 위치하고 있다. 1, 14번 출구가 있는 곳은 영동대로가 있으며, 7, 8번 출구가 있는 곳은 삼성로가 있다. 7호선과 방향을 같이하는 도로는 학동로다.


영동대로는 편도 8차선에 가까울 정도로 엄청난 폭을 자랑하는 도로다. 그래서 횡단보도를 두 번에 걸쳐서 이동하도록 해놓았다. 이 영향으로 1, 2번 출구 간 거리 및 13, 14번 출구 간 거리 역시 본의 아니게 길어졌다.


반면 삼성로에 위치한 6, 7번 출구 및 8, 9번 출구는 상대적으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런 미세한 차이도 출구 정보에 담아내고 있을 정도로 청담역의 안내는 꽤 정밀하다.


▲ 영동대로와 학동로가 만나는 교차로에 위치한 청담역 출구들.
▲ 삼성로와 학동로가 만나는 교차로에 위치한 청담역 출구들.


마지막으로 3번 출구와 12번 출구는 멀리서 보면 출구라고 인지하기 힘들 정도로 숨어있다. 특히 캐노피도 없는데다가 폭도 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눈에 안 띈다. 폴 사인이 있기 때문에 이곳이 출구임을 아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렇게 출구가 가지치기 하듯 뻗어나갈 수 있는 것도 두 개의 승강장이 붙은 것보다 긴 청담역의 대합실이 가져온 결과물들이다.


▲ 출구가 협소해서 눈에 잘 띄지 않는 3번 출구.


승강장이 다른 역에 비해 긴 청담역은 환승역보다 더 환승역 같이 복잡한 구조로 승객을 맞이하고 있다.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2년 11월 30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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